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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총액 55억' 김태형 "두산은 특별...선수가 날 만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BO리그 사령탑 중 최고 대우를 받은 김태형(52) 두산 베어스 감독이 두산 선배들과 임직원, 그리고 선수들에게 공로를 돌렸다.

선후배 끈끈한 정이 두산의 강점 #선배가 혹독할 때는 혹독하게 #"좋은 선수, 좋은 구단 만난 덕분" #"선수들에게 샴푸 하나씩 사줄 것"

2019년 통합 우승을 이끈 김태형 두산 감독이 30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웃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통합 우승을 이끈 김태형 두산 감독이 30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웃고 있다. [연합뉴스]

김 감독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산에는 특별한 게 있다. (1990년) 선수로 입단해 봐온 선배들, 주장들, 감독님들로부터 내려온 전통이 있다. 선후배 간의 끈끈함"이라며 "내가 두산 베어스 역사의 중간을 사는 사람 같다. 좋은 성적을 내고, 감독 최고 대우를 받게 된 건 좋은 구단과 좋은 선수를 만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김 감독은 두산과 3년 28억원(계약금 7억원·연봉 7억원)에 재계약했다. 올해 사령탑 최고 대우를 받은 염경엽 SK 감독(3년 25억원)의 조건을 뛰어 넘었다.

두산 선수·코치를 거쳐 지난 2015년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2년 7억원에 첫 계약을 했다. 2015~1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2017년엔 당시 감독 최고액인 3년 20억원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뒤 2022년까지 8년 동안 총 55억원을 받게 됐다.

-계약한 소감은.
"좋다. 처음과 두 번째 계약, 그리고 이번 계약 때 느낌이 다르다. 모든 면에서 시야가 넓어졌다. 야구 하는 것 말고도 미디어와 팬을 생각해 내가 할 일이 더 많아졌다."

-큰 계약을 했는데 가족들 반응은.
"당연히 와이프가 좋아한다.(웃음)"

-스타 선수 출신이 아닌데 감독으로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
"감독은 다 똑같다. 좋은 선수들과 좋은 구단을 만났다. 감독 첫 해 좋은 FA(장원준)를 선물 받아 우승을 한 것이 지금까지 온 원동력이 됐다."

-이제는 자신만의 감독관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모르겠다. 성적이 나오면 명감독이고, 안 나오면 좋지 않은 감독이다. 감독이 떠난 뒤 몇 년 후에 선수들이 아는 것이다. 감독은 결과만 내면 된다."

-지난 5년 동안 어떤 위기가 있었나.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기에 위기가 있었다고 말하기 조심스럽다. 첫 우승 후 이듬해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고, 1위를 지키는 게 부담이었다. 그렇다고 1위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되면 팀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2016년만 선수들을 몰아 붙였고, 이후에는 순리대로 했다. 올해는 (불펜) 승리조에 확신 없었다. 그래서 잡을 경기는 확실히 잡으려 했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했다. 우리 야구만 하면 잘할 거라 믿었다."

-'우리 야구'란.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야구다. 선수들 컨디션을 봐서 던지는(포기하는) 경기는 비참할 정도로 던졌다. 팬들 입장에서는 화가 나지만, 비난을 받더라도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두산의 전통에 대해.
"훈련이 느슨하거나 하면 고참이나 주장이 선수들을 다그치거나 아예 훈련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선배들이 그랬고, 내가 주장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건 감독인 나도 터치하지 않는다.  후배에게 잘해주다가도 혹독할 때는 혹독하다. 두산만의 전통이 있다."

-부진에 빠진 주장 오재원에게 '끝까지 가자'고 했다.
"나도 힘들었고 재원이도 힘들었다. 슬럼프(타율 0.164)가 와서 표정도 좋지 않더라. 그러나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 있었다. 재원이는 2015~2016년 우승을 했던 선수다. 재원이에게 너의 것(성적)을 포기하고 주장 역할을 해달라는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저 여기(1군)에서 나랑 함께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를 많이 내보내지 않았으니 재원이는 섭섭했을 것이다. 한국시리즈 끝나고 재원이에게 잘 참았다고 했다. 나도 잘 참았다고 했다. 우리 둘이 잘 참았다. (올해 FA가 됐으니) 계약을 빨리 했으면 좋겠다."

-지난 5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에 우승한 경기다. 2015년 첫 우승할 때는 정신이 없었다. 겁없이 그냥 달려갔던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NC로 떠난) 양의지가 포수여서 특별히 애정이 간다. 당시 최재훈(현 한화)에게 미안하지만, 감독 부임하자마자 주전 포수는 양의지라고 못 박았다. 양의지는 내가 코치 할 때 입단했고, 그 전부터 스카우트팀이 눈 여겨 본 선수다. 또 우리 아들과 비슷하게도 생겼고. 그래서 정이 많이 갔다."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계약은 어떻게 할 것인가.
"메디컬체크가 중요하다. 다들 몸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기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 린드블럼은 시즌 때부터 외국(메이저리그 또는 일본)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내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

3년 28억원으로 최고 대우를 받게 된 김태형 두산 감독. [연합뉴스]

3년 28억원으로 최고 대우를 받게 된 김태형 두산 감독. [연합뉴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거창한 목표가 좋다. 두산 팬이 바라는 건 좋은 성적 아닐까."

-우승 하면 선수들에게 선물을 해주기로 했는데.
"샴푸 하나씩 사주려고 한다. 내 샴푸를 쓰더라. 비싼 건데 항상 훔쳐 쓰더라.(웃음) (박)건우가 내 샴푸 쓰다가 걸리고,  건우는 (오)재일이가 썼다고 나한테 이르고…."

-지금도 우승 여운이 남아 있나.
"우승 하면 바로 다음 날 허전하다. 자고 일어나면 호텔이 조~용하다. 그건 준우승을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너스가 들어왔을 때 좋은 것 같다.(웃음)"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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