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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담당상 한달 여만에 낙마... 아베 "책임 내게 있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 수출규제를 담당하는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상이 지역구에 금품을 제공한 의혹에 휩싸여 25일 사임했다.
지난 9월 개각을 통해 등판한 지 40여일만이다.

지역구에 멜론 돌리며 공직선거법 위반 #주간지 추가 보도 나오자 이틀만에 사임 #아베, 정권 타격 최소화 빠른 해임 결정

스가와라 경산상은 도쿄에 지역구를 둔 중의원 6선 의원으로 2006~2007년 지역구 주민 등에 선물을 돌린 사실이 최근 주간지 문예춘추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비서가 만든 리스트에는 여름과 겨울에 멜론, 게, 명란젓 등 선물 239개과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이 연락처에는 지역구 주민 외에 아베 총리 등 정치권의 유력 인사 이름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유권자 등에게 멜론 등 금품을 제공한 의혹을 받은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이 25일 사의를 밝힌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역구 유권자 등에게 멜론 등 금품을 제공한 의혹을 받은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이 25일 사의를 밝힌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가와라 경산상은 국회에서 “유권자에게 금품을 건넨 것 아니냐”는 야당의 추궁에 처음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금품을 현금이라고만 생각해 ‘없다’고 답했다”며 답변을 수정해 논란을 더 키웠다.

이런 가운데 스가와라 경산상의 비서가 지역 유권자의 장례식에 부의를 전달하는 사진이 같은 주간지에 추가로 보도됐다. 일본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치가는 선거구 내에서 기부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결혼축의금 등은 정치인 본인이 출석해 전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당 기부행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다. 결국 스가와라 경산상은 보도가 나온지 이틀만인 이날 아베 총리에게 사의를 전달했다.

24일 발간된 문예춘추에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의 비서가 지역구 주민의 장례식장에 부의금을 전달하는 사진이 보도됐다. 윤설영 특파원

24일 발간된 문예춘추에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의 비서가 지역구 주민의 장례식장에 부의금을 전달하는 사진이 보도됐다. 윤설영 특파원

스가와라 경산상이 비교적 신속하게 물러나기로 한 것은 아베 정권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이날 열리는 중의원 경제산업위원회에서 스가와라 경산상을 출석시켜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었다. 아베 총리에 대한 임명 책임을 묻는 야당의 공격도 예상됐다. 스가와라는 사의 표명 직후 기자들에게 “나의 문제로 국회가 정체하고, 법안심사가 불가능한 것은 내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야권에서 경산상 문제를 자민당이 국회에서 추진하는 개헌 논의의 발목을 잡는 재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사퇴 결정을 앞당긴 요인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스가와라 경산상으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은 뒤 기자들에게 “임명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25일 금품 제공 의혹을 받은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의 사표를 제출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총리가 25일 금품 제공 의혹을 받은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의 사표를 제출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새 내각이 출범한지 약 1개월만에 주요 각료가 사임함에 따라 정권에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각료가 사임한 것은 지난 4월 “동북 지역 부흥보다 정치인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쿠라다 요시다카(櫻田義孝) 올림픽담당상 이후 약 6개월만이다.

스가와라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가까운 사이로 자민당 내에서는 스가 장관에 대한 역풍이 예상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후임 경산상에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64) 전 지방창생상을 임명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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