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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고통도 짧다” 압수수색에서 정경심 구속까지…숨 가쁜 58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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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지금껏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왔으나 24일 오전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얼굴을 공개키로 했다. [뉴시스]

중앙일보는 지금껏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왔으나 24일 오전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얼굴을 공개키로 했다. [뉴시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이던 지난 8월 27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 전 장관 가(家)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무리한 수사’란 비판 속에서 강제 수사 58일 만에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지난 58일 간의 주요 장면을 시간순에 따라 재구성했다.

30여 곳 압수수색…본격 강제수사의 시작  

지난 8월 2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입시비리‧사모펀드‧웅동학원 의혹과 관련 고려대·서울대·코링크PE·웅동중 등 30여 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조 전 장관은 이튿날 출근길에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 수사가 개시돼 당황스럽다”며 “그렇지만 저희 가족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족들에 관련한 질문이 이어지자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족들에 관련한 질문이 이어지자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증인 채택 문제로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빚자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9월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사모펀드 관련 의혹에 대해 “저는 물론 제 처도 사모펀드 구성·운용 등 과정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딸 관련 허위 보도와 관련해서는 "딸은 나름 열심히 해서 인턴도 하고 영어공부도 해 (대학에) 들어갔다. 저를 비난해 달라"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의 고삐를 더욱 바짝 당겼다. 장장 11시간에 걸친 마라톤 기자회견이 끝난 지 불과 7시간만인 3일 오전 검찰은 부인 정 교수 동양대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조 전 장관의 손위처남 정모(60) 전 웅동중 행정실장 등을 소환 조사했다.

조국 인사청문회中… 檢, 정경심 전격 기소

9월6일 여야의 지루한 힘겨루기 끝에 인사청문회가 성사됐다. 조 당시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 여권이 공세를 퍼붓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나름 혐의와 의심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무부는 법무부의 길이 있고 검찰은 검찰의 길이 있다"고 답했다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이날 인사청문회가 한창 치러지던 밤 10시 50분쯤 검찰은 소환 조사 없이 정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피의자 소환 조사 한 번 없는 이례적 기소였다. 검찰은 공소시효(7년)이 만료되면 사문서위조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조 장관 임명은 안된다’라는 일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잇따랐다.

조국 "검찰개혁"…초유의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9월 9일 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공식 임명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취임 일성으로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시민, 전문가,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전 해외로 떠났던 조 전 장관 5촌 조카이자 사모펀드의 의혹의 ‘키맨’ 조범동(37)씨는 9월 14일 새벽 귀국했다. 검찰은 인천공항에서 조씨를 체포한 뒤 이틀 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됐고, 도망 내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9월 16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23일 조 전 장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뉴스1]

검찰이 23일 조 전 장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뉴스1]

9월 23일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11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에 대해 ‘과잉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후 퇴근길에서 “강제수사를 경험한 국민의 심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전 장관이 담당검사와 직접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외압’ 논란도 불거졌다.

9월 25일 정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녀들에 대한 연이은 검찰 소환 조사를 놓고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며 괴로운 심경을 털어놨다. 조 전 장관 딸(28)은 16일과 22일, 아들(23)은 24일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은 뒤였다.

조국 "검찰개혁 불쏘시개 여기까지"…정경심 구속

10월 3일 공휴일인 개천절. 입시비리‧사모펀드‧증거인멸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정 교수가 검찰에 처음 소환됐다. 검찰은 당초 1층으로 부르겠다는 말을 바꿔 포토라인을 피해 청사 지하주차장에서 조사실로 이동하는 비공개 소환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황제소환’ 논란이 불거졌다. 윤 총장은 이튿날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들과 함께 24일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접견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들과 함께 24일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접견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취임 이후 연달아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해온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돌연 사퇴를 발표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는 퇴임의 변을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고 했다. 15일 열릴 예정이던 법무부 국정감사가 부담됐을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같은 날 5차 소환 조사를 받던 정 교수는 장관 사퇴 소식을 듣고 조사 중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노해 시인의 시를 인용하는 글을 올렸다. 시는 "지옥의 고통도 짧다“며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고 썼다.

7차례 소환 조사 끝에 정 교수는 24일 구속됐다. 이날 오전 0시 20분쯤 영장을 발부한 법원은 "범죄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영장 발부로 수사의 ‘9부 능선’을 넘은 검찰은 이제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날 조 전 장관은 수감 중인 아내를 접견하기 위해 아들과 서울구치소를 방문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조국 家 의혹‘ 강제수사 착수 이후 58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국 家 의혹‘ 강제수사 착수 이후 58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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