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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기 독도 주변 오갔는데 조용한 日…7월과 딴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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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용기 6대 KADIZ 진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러시아 군용기 6대 KADIZ 진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러시아 군용기들이 22일 오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은 물론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까지 넘나들며 비행했는 데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이날 별다른 반응을 내지 않았다. 특히 일본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독도 주변 비행 사실까지 한국 군 당국이 밝혔지만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다. NHK와 일본 주요지 등은 사태 이튿날인 23일 오전 9시까지도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日정부 공식반응 자제, 주요 언론도 비보도 #통합막료감부, 22일 밤 JADIZ 침범만 발표 #울릉도-독도 사이 비행궤적 표시 안 해 #일왕 즉위선포식 날, 찬물 끼얹는 행동

다만 자위대 통합막료감부(통막·한국군 합동참모본부에 해당)가 22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가 일본해(동해의 일본측 명칭) 및 동중국해에서 비행해 자위대 전투기를 긴급발진(스크램블)시켜 대응했다”고만 밝혔다.

그런데 이날 출동한 러시아 군용기는 폭격기뿐만 아니다. 조기 경보기(A-50)와 전투기(Su-27) 등 모두 6대가 비행했다. 일본 측은 JADIZ를 침범한 군용기만 밝힌 셈이다. 또 통막은 보도자료에서 러시아기의 비행 궤적을 제주도 남단에서 시작해 쓰시마(対馬) 섬 남단을 거쳐 동해로 북상하는 것만 공표했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오간 러시아 군용기들의 움직임은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 통합막료감부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러시아 군용기들의 비행 궤적. 제주도 남단에서 시작해 쓰시마 남단을 거쳐 동해로 북상하는 것만 표시했다. [일본 통합막료감부 홈페이지 캡처]

일본 통합막료감부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러시아 군용기들의 비행 궤적. 제주도 남단에서 시작해 쓰시마 남단을 거쳐 동해로 북상하는 것만 표시했다. [일본 통합막료감부 홈페이지 캡처]

이런 모습은 지난 7월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주변에서 비행했을 때 일본 측이 보였던 반응과 비교된다. 당시 일본 정부는 러시아는 물론 한국 공군 전투기가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사격을 하는 등 대응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극히 유감”이라며 “한국에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국군은 22일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들어오자마자 F-15K 등 전투기 10여 대를 즉각 투입해 대응했다.

러시아 TU-95 전략폭격기. [사진 일본 통합막료감부]

러시아 TU-95 전략폭격기. [사진 일본 통합막료감부]

러시아 군용기들이 한·일 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든 22일엔 나루히토(徳仁) 일왕의 즉위 선포식이 있었다. 일각에선 191개 국가·지역·기구의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국가적인 행사였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찬물을 끼얹는 러시아 측의 행동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본다. 또 독도 주변 비행의 경우 지난번과 달리 영공 침해가 아닌 데다가 이낙연 총리가 일왕 즉위 축하를 위해 방문한 상황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4일엔 이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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