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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 아동음란물 국내 운영자 '징역1년6월' 논란…미국선 무기징역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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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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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미국‧영국 수사기관의 공조수사로 아동음란물을 제공하는 다크웹(특정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비밀 웹사이트) 이용자 338명이 검거됐다. 이 중 한국인 이용자가 223명(71.9%)이었으며, 운영자는 한국인 손모(23)씨였다. 그런데 손씨가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일각에서는 해외보다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운영자 손모(23)씨, 1심 재판부에 반성문 500장 제출 #1심 집행유예 후 2심 판결 앞두고 혼인신고서 접수

지난 5월 선고된 손씨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압수한 이 사이트의 하드디스크에는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 파일 약 17만개 가량(8TB)이 저장되어 있었다. 회원 수는 128만여 명이었으며 손씨는 지난해 3월 체포되기 전까지 2년 8개월 동안 4억원 정도의 범죄수익을 올렸다. 그는 이 돈으로 차량을 사거나 전세금을 내는 등 생활비로 사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씨가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 성장 과정에서 충분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또 지난 4월 혼인신고서를 접수해 부양할 가족이 생긴 점도 감형의 이유가 됐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손씨에게 이익이 되는 이러한 사정들을 두루 감안하더라도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손씨가 처음부터 아동음란물을 취급하는 게 성인음란물보다 경제적 이득이 될 것으로 생각해 이 사이트를 사들였고, ‘성인음란물은 올리지 말라’고 공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장기간 큰 규모로 아동음란물을 판매‧배포‧전시하는 행위는 비정상적인 성적 가치관을 퍼트려 사회적으로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며 손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2일 오후 5시 기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2일 오후 5시 기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이 판결을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1일 ‘손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미국에서는 아동 음란물 영상을 한번 다운로드 한 사람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는데, 한국에서는 사이트 운영자가 고작 18개월형을 선고받았다”며 “반인류적 범죄가 어째서 한국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하루 만에 10만명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항소심 재판부가 형량이 약하다며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손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했다. 손씨의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으며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손씨는 3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작성해 제출했는데, 반성문 장수는 95장, 160장, 266장에 달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내용과 동기, 재범 위험성, 손씨가 입는 불이익 정도와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범죄 예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선고하지 않았다.

청소년성폭력상담소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는 “아동 음란물 이용 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감형 사유를 들어 낮은 형량의 선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아동음란물 파일을 내려받기만 해도 심한 경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이 대표는 “법안 내용에 하한선을 둬 징역 몇 년 이상 선고한다고 개정하는 등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음란물 범죄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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