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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국가직 전환' 앞장서 온 김부겸 "이제야 밀린 숙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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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5일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오전 전날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진 속초시 장천마을을 찾아 화재진압 작전을 펼친 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소방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5일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오전 전날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진 속초시 장천마을을 찾아 화재진압 작전을 펼친 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소방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들이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야 밀린 숙제를 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기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주도했었다. 2017년 10월 26일 행안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발표됐는데 국회의 논의 속도는 더뎠다.

장관 임기를 마치고 지난 4월 국회로 복귀한 후에도 김 의원은 가는 곳마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현실을 피력하는 등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김 의원은 22일 통화에서 “소방관이라는 직무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켜본 사람들은 우리가 그동안 그분들한테 정말 못 할 짓을 해왔다는 걸 알 것”이라며 “화마(火魔)와 싸우는 과정에서 엄청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데 그동안 국가가 이들을 돌보기 위한 투자를 하나도 안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2017년 소방청이 독립기관이 됐고, 소방공무원들의 신분도 이제 국가가 책임지게 됐으니 그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여전히 국가가 투자할 게 많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장관 재임 시절 포항 지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경남 밀양 화재 참사 등 대형 국가 재난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임기 마지막 날인 4월 5일 강원도 고성 산불이 발생하자 이·취임식을 취소하고 현장을 지켰다. 고성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소방관들의 모습은 처우 개선 필요성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16일 한강 하류에서 구조활동 중 보트가 전복돼 순직한 故 오동진 소방위과 심문규 소방장의 합동 영결식이 김포생활체육관에서 거행됐다.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헌화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해 8월16일 한강 하류에서 구조활동 중 보트가 전복돼 순직한 故 오동진 소방위과 심문규 소방장의 합동 영결식이 김포생활체육관에서 거행됐다.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헌화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 의원은 “그동안 화재나 재난이 발생하면 개인 차원에서 운이 나빴다든가 하는 식으로 책임을 돌렸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미국도 1960~70년대 10년 사이에 화재로만 14만명이 사망한 후 ‘아메리칸 버닝 리포트’가 나왔고 소방법을 뜯어고쳤다. 국가가 체계적으로 투자하고 예방하면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소방관들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소방관들이 불만 안 나면 노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조, 구급 활동도 큰 부분”이라며 “그 과정에서 특히 소방관들을 때리고 욕하고 하는 건 일종의 공무집행방해죄로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설움 받아선 안된다”며 “우리 사회를 위해 희생하시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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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행안위를 통과한 소방관 처우 개선 관련 법안들은 소방공무원법, 소방기본법, 지방공무원법,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 정원법, 지방교부세법, 소방재정지원 및 시ㆍ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 개정안 등 6건이다. 현재 지방소방공무원과 국가소방공무원 등 이원적 체계로 구성된 소방조직을 내년 1월부터 소방청 소속의 국가직공무원으로 일원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관문이 남아있지만 이변이 없다면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도 22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소방공무원국가직전환법’이 계류돼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민생과 안전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국회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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