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어느 가족’을 다시 봤다. 혈연관계가 아닌 일용직 근로자·연금생활자 등이 가족을 이뤄 살아간다. 좀도둑들이지만 서로 보호하고 아끼면서 혈연 가족 못지않은 애틋한 사랑을 보여준다. 새삼 가족의 가치를 곱씹게 하는 명작이다. 조국 교수는 법무부 장관 사퇴 전 주변에 “내 가족이 도륙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 정경심(57) 교수, 딸(28), 아들(23)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언론·야당·검찰에 대한 반감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정 교수는 21일 10가지 죄목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조 교수가 스스로를 피해자로 설정했다면 ‘도륙당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피해자인가.
검찰 수사 파일에 오르지 않은 일탈행위도 적지 않다. 소득세를 안 내다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번에 냈다. 논문 표절과 위장전입 등의 의혹을 받는다. 보통 사람은 이 중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려 엄두를 잘 못 낸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도덕률이 몸에 배어 있다. 구속영장에 명기된 표창장 위조 의혹, 사모펀드 비리, KIST 봉사활동 위조, 증거인멸 교사 등 정 교수의 11가지 의혹은 말할 것도 없다. 조 교수도 최소한 4가지 넘게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교수 부부뿐 아니라 자녀·동생·모친·처남 등 거의 온 가족이 의혹 선상에 올라있다.
배우자가 어긋난 길로 가면 말리는 게 정상이다. 부모가 편법을 동원하면 자녀가 거부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조 교수 가족에게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무나 당당하다. 심지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이런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아무리 사회가 각박해져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가족의 가치다. 배우자의 일탈을 막고, ‘똑바로’ 사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고, 그걸 본받게 유도해야 한다. 간혹 궤도를 이탈하면 먼저 책임지고 가시밭길을 자처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조 교수는 가족을 방패로 삼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번에 가족의 가치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제 밥상머리에서 애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내 가족이 도륙당했다”고 말할 사람은 조 교수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