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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

오히려 우리 가족이 도륙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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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일본 영화 ‘어느 가족’을 다시 봤다. 혈연관계가 아닌 일용직 근로자·연금생활자 등이 가족을 이뤄 살아간다. 좀도둑들이지만 서로 보호하고 아끼면서 혈연 가족 못지않은 애틋한 사랑을 보여준다. 새삼 가족의 가치를 곱씹게 하는 명작이다. 조국 교수는 법무부 장관 사퇴 전 주변에 “내 가족이 도륙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 정경심(57) 교수, 딸(28), 아들(23)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언론·야당·검찰에 대한 반감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정 교수는 21일 10가지 죄목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조 교수가 스스로를 피해자로 설정했다면 ‘도륙당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피해자인가.

검찰 수사 파일에 오르지 않은 일탈행위도 적지 않다. 소득세를 안 내다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번에 냈다. 논문 표절과 위장전입 등의 의혹을 받는다. 보통 사람은 이 중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려 엄두를 잘 못 낸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도덕률이 몸에 배어 있다. 구속영장에 명기된 표창장 위조 의혹, 사모펀드 비리, KIST 봉사활동 위조, 증거인멸 교사 등 정 교수의 11가지 의혹은 말할 것도 없다. 조 교수도 최소한 4가지 넘게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교수 부부뿐 아니라 자녀·동생·모친·처남 등 거의 온 가족이 의혹 선상에 올라있다.

배우자가 어긋난 길로 가면 말리는 게 정상이다. 부모가 편법을 동원하면 자녀가 거부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조 교수 가족에게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무나 당당하다. 심지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이런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아무리 사회가 각박해져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가족의 가치다. 배우자의 일탈을 막고, ‘똑바로’ 사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고, 그걸 본받게 유도해야 한다. 간혹 궤도를 이탈하면 먼저 책임지고 가시밭길을 자처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조 교수는 가족을 방패로 삼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번에 가족의 가치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제 밥상머리에서 애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내 가족이 도륙당했다”고 말할 사람은 조 교수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