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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검찰개혁 정치공방으로 흐르면서 국민갈등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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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지금은 검찰개혁이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국민의 공감을 모았던 사안들도 정치적인 공방이 이뤄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원행스님(불교), 이홍정 목사(개신교), 김성복 목사(개신교), 김희중 대주고(천주교), 오도철 교무(원불교), 김영근 관장(유교), 송범두 교령(천도교)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원행스님(불교), 이홍정 목사(개신교), 김성복 목사(개신교), 김희중 대주고(천주교), 오도철 교무(원불교), 김영근 관장(유교), 송범두 교령(천도교)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로 주요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앞으로 총선이 점점 다가오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은 더 높아지고, 그 정치적 갈등은 곧바로 국민 갈등으로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2일 국회서 시정연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공수처법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이 국민적 지지가 높았던 공수처 설치를 정쟁의 소재로 삼으면서 여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식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또한 “이번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공정에 대한 요구는 훨씬 높았다”며 “불법적인 반칙이나 특권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제도 속에 내재된 불공정까지 모두 다 해소해 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하자면 제도 속에 어떤 불공정한 요인이 내포돼 있는지 찾아내고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 건강한 논의들이 이뤄져야 되는데, 공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가운데 정치적인 공방거리만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불공정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 논의 없이 공방만 거듭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편으론 “국민통합이라는 면에서는 우리 나름대로 협치를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하고,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시행하면서 노력을 해왔지만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돌이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해서 대통령인 저부터 우리 정치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역시 종교 지도자께서 더 큰 역할을 해 주셔야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중 대주교(천주교), 송범두 교령(천도교), 오도철 교무(원불교), 김영근 관장(유교), 김성복 목사(개신교), 문 대통령, 원행스님(불교), 이홍정 목사(개신교), 노영민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중 대주교(천주교), 송범두 교령(천도교), 오도철 교무(원불교), 김영근 관장(유교), 김성복 목사(개신교), 문 대통령, 원행스님(불교), 이홍정 목사(개신교), 노영민 비서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에선 “국민통합에 종교인이 앞장서 달라는 말에 공감하지만 분명 한계도 있다. 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갈등을 해소하는 단초가 만들어질 것”(김성복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이란 의견이 나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생각이 다양한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고 증오와 적대감을 증폭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전세계 국가들의 공통된 과제이다. 다양한 생각을 표출하는 것은 좋지만 관용의 정신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날 간담회는 22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조국 전 장관을 임명한 이후에 우리 사회가 주장이 많아지고 갈등의 표출도 있었다”며 “종교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평화·통합의 마음을 잘 귀담아 들어 국회에 전하겠다는 취지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찬에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성복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김영근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등 7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주요 종교 지도자들을 다 함께 초청한 것은 2017년 12월과 올해 2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첫 간담회 땐 기독교계 대표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이 참석했으나 청와대는 이후 간담회부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를 초청했다. ‘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취임한 시점과 맞물린다.

 간담회에서 김성복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는 성소수자 인권법(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서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동성혼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성소수자들의 인권 문제는 사회적으로 박해나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고 답했다고 고민정 대변인이 전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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