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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과로사로 숨졌는데···정부는 '청년친화기업' 지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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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9 강소벤처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청년들이 유망 강소기업을 찾아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1]

올해 4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9 강소벤처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청년들이 유망 강소기업을 찾아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1]

근로자가 과로로 숨지거나 자살한 기업이 정부로부터 '청년친화강소기업'으로 인증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청년친화강소기업으로 인증되면 세무조사 제외, 병역특례지원과 같은 각종 혜택을 받는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3년(2017~2019년)간 강소기업에 선정된 업체 중 근로자의 과로사, 과로자살로 산재승인을 받은 곳이 11곳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이 가운데 5개 업체는 2년 연속 청년친화강소기업에 선정됐다.

이들 11개 업체 외에 12개 업체에서도 13명의 근로자가 뇌·심혈관계질환과 같은 과로사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산재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청년친화강소기업 인증제는 고용부가 2016년부터 시행했다. 일·생활균형, 고용 안정성, 임금과 같은 근로조건 등이 좋은 중소기업을 선정한다. 인증된 업체는 각종 포털사이트와 워크넷을 통해 홍보되고,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 금융 우대, 국세청 정기세무조사 제외, 병역특례지원, 산재예방 시설 및 장비 구입자금 지원과 같은 16가지 혜택을 받는다.

신 의원은 "중대 산재사망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고용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인증 조건이 주먹구구인 데다 현장 실사도 하지 않는 안이한 제도 운용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증을 위한 7대 결격사유에 과로사나 과로자살 같은 산재사망은 포함되지 않는다. 인증한 뒤에도 요건 미달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사후점검 규정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인증이 취소된 업체는 한 군데도 없다.

또 인증을 위한 심사과정에서 현장 실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6년에는 아예 현장실사가 없었고, 2017년에는 심사 대상 기업의 27.5%, 2018년에는 35.3%만 현장실사를 했다. 나머지는 서면심사로 대체했다.

신 의원은 "과로사 기업을 청년친화강소기업으로 인증하는 것은 청년들에게 죽도록 일하라는 것"이라며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인증을 취소하고, 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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