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왕치산 회담 앞두고…中당국 ‘스파이’ 혐의로 日교수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 6월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22일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는 가운데 40대 일본인 교수가 중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최근 구속돼 중·일 양국간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 홋카이도대학 소속 40대 일본인 남성 교수가 중국 국가안전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구금상태서 가족에 전화 "건강 나빠 귀국 못해" #중일전쟁사 등 연구…방위성·외무성 등서 근무 #2014년 '반스파이법' 이후 일본인 13명 구속 #내년 봄 시진핑 방일, 양국 현안 중 하나 부상 #

구속된 A 교수는 중국정치 연구자로 중국공산당사, 중일전쟁사 등에 해박하고 이와 관련한 서적이나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중국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수는 방위성 방위연구소와 외무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주일 중국대사관에도 수시로 출입하는 등 양국 정부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산케이는 A 교수가 “(평소 중국)당국의 감시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또 신문은 A 교수가 지난달 중순쯤 가족에게 전화해 “건강이 나쁘기 때문에 당분간 귀국할 수 없다”고 연락했다고 보도했다. 전화를 걸 당시 A 교수는 이미 구속 상태였던 것으로 보여 중국 당국의 강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도 일본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2014년 반스파이법을 만든 이후 구속된 일본인은 A 교수를 합쳐 13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5~12년 징역형을 선고 받고 현지에 수감 중이다. 이들의 신변 문제를 놓고 양국은 줄곧 신경전을 펼쳐왔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는 “천원칭(陳文淸) 국가안전부장이 지난해 가을 극비리에 방일해 외무성, 공안청 조사 간부들과 만나는 등 정보당국간 교류는 계속하고 있다”며 “이번 학계 관계자 구속을 강행한 모습에선 일본측에 대한 배려의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중국 신화통신사는 지난 6월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내년 봄 국빈 방문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시 주석이 이를 "원칙접으로 접수했다"는 소식을 속보 형식으로 비중있게 보도했다. [신화사 홈페이지 캡처]

중국 신화통신사는 지난 6월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내년 봄 국빈 방문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시 주석이 이를 "원칙접으로 접수했다"는 소식을 속보 형식으로 비중있게 보도했다. [신화사 홈페이지 캡처]

A 교수의 구속 문제가 양국 정상 교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왕 부주석은 2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긴밀해진 양국 발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데, 특히 내년 봄으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일에 초점을 맞추고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측은 중국을 배려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자민당 중진의원 발언) 범위 안에서 양국간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 등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스파이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다. 요미우리는 “새롭게 구속자가 판명돼, 내년 봄 시 주석의 방일에 대비한 일·중 정부간 현안이 늘게 됐다”며 “양국 간 학술교류에도 영향이 미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