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유엔 총회|주 의제는 지역분쟁·개도국 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9일 개막된 제44차 유엔총회는 동구사회의 변화, 분쟁 지역에서의 협상진전 등으로 최근들어 어느 해 보다도 대결분위기가 완화된 속에서 운영될 전망이다.
따라서 어느 해 보다도 총회에 제출된 안건들이 다른 해보다 효율적으로 토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총회에 상정되어있는 1백53개 의제 가운데 주요안건은 중동·캄보디아·나미비아 등 지역 분쟁문제와 중미, 그리고 안보 및 군축·개도국 경제개발·환경문제 등이다.
이 가운데 나미비아와 중미문제·환경문제 등이 이번 총회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유엔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 분쟁은 베트남군의 철수완료(오는27일)와 그 이후의 사태발전이 유엔토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안보·군축 분야에서는 핵실험 전면금지·화학무기금지 등이 개도국들과 소련의 관심 때문에 주요의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이나 큰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
개도국 경제개발 문제는 최근 악화되고 있는 개도국들의 외채문제와 함께 최근 회의를 끝낸 비동맹 회원국들이 주요의제로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90년대를 의한 제4차 국제개발 전략수립과 오는 90년4월로 예정된 개도국 경제개발에 관한 특별총회 개최 등이 엇물려 경제의 남북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전망이다.
42차 총회부터 다루어지기 시작한 환경문제는 지구의 기상변화와 산업쓰레기 문제 등으로 선·후진국들이 다같이 관심을 높이기 시작하고 있어 이번 총회에서 가장 활발한 토론과 가시적 결과가 예상되고있다.
한편 의제와는 관계없이 1백57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이번 총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이 중동문제 토의에 참석하려는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장에게 비자발급을 해 줄 것이냐에 쏠려있다.
지난해 유엔은 레이건 미 행정부가 아라파트에게 비자발급을 거부함에 따라 총회장소를 제네바로 옮겨 진행했었다.
또 다른 관심사는 지난 6월 천안문 사태로 서방세계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은 중국에서 누가 대표로 올 것이며 6월 사태에 대해 어떤 해명을 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한국문제는 이번 총회에서 한국대표의 연설이 계획되어 있지 않고 주의제로 논의되지도 않을 것이나 최근 한국정부의 7·7선언과 대 북한통일정책 천명 등으로 회원국들 사이에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 총회에서 한국대표들과 다른 회원국들 사이의 외교접촉이 어느 때보다 활발할 전망이다.
박쌍용 주 유엔대사는『지난해 올림픽을 계기로 높아진 유엔회원국들의 대한 관심이 최근 잇단 우리 정부의 대 북한제의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밝히고『북한의 반대에도 불구, 한국의 유엔가입 당위성에 대한 지지가 늘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은 이번 총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한반도 상황과 관련 된 주요안건에서 진전은 남북한간의 지속적인 대화에 달려있다』고 언급,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의 해결에 기여할 용의를 표명했다.
이번 총회는 제3세계 회원국의 증가와 강대국들의 외면으로 분쟁조정 기능이 의문시되어온 유엔이 많은 난제에도 불구하고 동서의 화해분위기를 타고 국제분쟁조정 기구로서 위치를 되찾을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유엔본부=박준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