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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나보다 더 개혁적인 장관 임명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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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법무부 고위 간부들에게 사퇴 의사를 밝히며 “저보다 더 개혁적인 분이 법무부 장관에 곧 임명될 예정”이라며 “검찰 개혁이 차질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차기 장관 인사가 신속히 진행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복수의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조 전 장관의 발언은 차기 법무부 장관이 이미 소수로 압축됐거나 내정 단계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들렸다”고 전했다.

사퇴하며 법무부 간부들에 밝혀 #김지형·하태훈·전해철 등 거론

법무부는 이후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 위원들에게도 “차기 장관이 곧 오신다고 하니 개혁위의 업무를 계속 이어가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복수의 개혁위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사퇴 직후 후임자가 바로 올 것이란 말에 위원들이 다소 당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 전 장관은 14일 퇴임사에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길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선 조 전 장관이 사퇴 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후임자를 직접 추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후임자로는 2017년 신고리 공론화위원장을 맡았던 김지형(61·연수원 11기) 전 대법관과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맡았던 전해철(57)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장관 후보 소수 압축, 내정설 … 전해철 “총선 출마”

김오수(56·연수원 20기) 현 법무부 차관도 물망에 올랐지만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임명된 김 전 대법관은 이용훈 대법원에서 김영란·박시환·이홍훈·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가리키던 독수리 오남매 중 한 명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김 전 대법관의 인사 검증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맡았었다.

하지만 김 전 대법관은 형사법이 아닌 민법과 노동법 권위자라 검찰 개혁과 수사권 조정 등 법무부 현안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김 전 대법관은 최종영 전 대법원장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노무현 정부 사법개혁 업무에 관여한 경험은 있지만 실무에 깊숙이 참여하진 않았다.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변호사인 김 전 대법관이 실제 장관으로 지명될 경우 지평 출신 행정부 인사는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이어 2명으로 늘어난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평 출신이다.

김 전 대법관은 이날 중앙일보에 “제가 장관직을 감당할 만한 자격이나 식견이 없고 흠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며 “후보자 물망에 오른 것은 영광스럽지만 더 이상 거명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과 함께 물망에 오르는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민정수석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으로 현 정부의 검찰 개혁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전 의원의 경우 현재 3선을 위한 총선을 앞두고 있는 것이 변수다. 국회에서도 예결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맡고 있어 행정부로 자리를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전 의원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변에 따르면 적잖은 기간 출마와 입각을 놓고 고민한 건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론에 법무부 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박지원 의원 등이 실명을 거론하자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힌 셈이다.

진보 성향의 학자이자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검찰 개혁 목소리를 꾸준히 내 온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과 청와대 내부로부터 호평을 받는 김외숙 인사수석이 자리를 옮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호·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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