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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게임하다 경찰 총 맞아 사망…美 여론 '부글부글'

중앙일보

입력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가정집에 있던 흑인 여성이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정집에서 조카 돌보던 20대 흑인 여성 #"대문 열려 있다" 이웃 신고에 출동 경찰 #경찰이 창 밖에서 쏜 총에 맞아 숨져 #연이은 경찰 총기 사고에 들끓는 여론

희생자는 28살의 아타티아나 제퍼슨으로 12일 새벽 2시 25분쯤 자신의 집 침실에서 8살 난 조카와 비디오게임을 하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미국 텍사스에서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진 제퍼슨의 생전 모습. [사진 트위터]

미국 텍사스에서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진 제퍼슨의 생전 모습. [사진 트위터]

미국 언론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새벽에 제퍼슨의 집 문이 열려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이웃의 신고로 출동했다. 신고 전화를 했던 이웃 남성 제임스 스미스(62)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퍼슨에 대해 걱정이 됐기 때문에 신고 전화를 했다"며 "긴급 신고 전화번호 911이 아닌 311로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311은 응급 상황 외 신고 번호로, 도로 보수 등 각종 민원과 행정 업무에 대한 불만 사항 등을 두루 처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스미스의 신고 전화 녹취 파일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 파일에 따르면 스미스는 "10시부터 지금까지(새벽 2시 23분) 이웃집 문이 열려있다. 집 안에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시간까지 문이 열려있는 게 이상해서 전화했다"고 311에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트워스 경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총을 쏜) 경찰이 제퍼슨의 침실 창가에서 사람을 봤고 위협을 느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 당시 몸에 장착했던 바디캠 영상에 따르면 제퍼슨의 침실에 총이 놓여 있었지만, 제퍼슨이 총을 들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고자가 응급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911이 아닌 311에 전화를 건 만큼 경찰이 침실 창문 밖에서 제퍼슨에게 곧바로 총을 겨눈 행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출동 영상에는 경찰이 제퍼슨의 침실 창문 뒤에서 "손을 올려라. 손을 들어 보여라"고 두 번 소리친 뒤 거의 즉시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이 담겼다. 외신들은 출동한 경찰관이 총을 쏘기 전 제퍼슨에게 자신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해당 경찰은 진상 규명이 진행되는 동안 공직 휴가 처분을 받았으며 14일(현지시간)부터 조사에 응하게 될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형을 총격 살해한 전직 경찰관 앰버 가이거와 '용서의 포옹'하는 브랜트 진 [로이터=연합뉴스]

형을 총격 살해한 전직 경찰관 앰버 가이거와 '용서의 포옹'하는 브랜트 진 [로이터=연합뉴스]

NYT는 젊은 여성이 자신의 집에 있다가 총에 맞아 숨진 뒤 포트워스 주민들이 비탄에 빠졌다며 제퍼슨 사건과 흑인 회계사 보탐 진 사건이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보탐 진은 지난해 텍사스 댈러스의 자기 아파트에 있다가 비번인 백인 여성 경찰관 앰버 가이거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남성이다. 당시 가이거는 아파트 층수를 착각해 보탐 진의 집을 자신의 집으로 오인하고 들어간 뒤 진이 침입자라고 생각해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에서는 보탐 진의 동생 브랜트 진이 가이거를 용서하겠다고 말하며 '용서의 포옹'을 해 미국 사회에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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