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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의 때늦은 고백 "엡스타인과 친분 쌓은 건 잘못"

중앙일보

입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중앙포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중앙포토]

빌 게이츠(63)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13일(현지시간) 아동성범죄 혐의로 수사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고백했다.

빌 게이츠는 이날 대변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엡스타인을 만난 것을 후회한다"며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빌 게이츠가 엡스타인의 자선사업 관련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어 (엡스타인을 만나) 논의했다"며 "그러나 엡스타인의 구상이 합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연락을 끊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미국 잡지 '뉴요커'는 빌 게이츠가 엡스타인의 부탁으로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미디어랩에 200만달러(약23억7000만원)를 기부했다고 보도하며, 두 사람의 친분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빌 게이츠는 엡스타인과의 친분 관계를 부인했다. 그는 "엡스타인과 사업상의 관계를 맺은 적이 없으며, 그의 파티에 참석하거나 사적인 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2일 뉴욕타임스(NYT)가 빌 게이츠와 엡스타인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엡스타인의 저택에서 세 번 만난 것을 포함해 수차례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NYT는 빌 게이츠가 자선사업 파트너로 엡스타인을 고려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두 사람이 만난 건 2011년으로, 엡스타인이 아동성범죄로 징역 13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였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빌 게이츠의 이전 해명과 달리 두 사람의 친분이 두터웠다는 사실이 NYT의 보도로 드러나면서 빌 게이츠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다. 그리고 결국 NYT 보도 하루만에 엡스타인과의 친분에 대해 인정하고,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고백했다.

제프리 엡스타인의 아동 성매매 혐의 사건에 대한 수사사항을 발표하고 있는 미국 연방검찰. [EPA=연합뉴스]

제프리 엡스타인의 아동 성매매 혐의 사건에 대한 수사사항을 발표하고 있는 미국 연방검찰. [EPA=연합뉴스]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금융계 거물인 엡스타인은 올해 중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는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생전에 미국 억만장자들의 자산관리를 하며 탈세 등으로 재산을 모았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를 비롯해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지도층과 호화롭고 문란한 사교 파티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실제 엡스타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된 뒤 레스 웩스너 빅토리아 시크릿 최고경영자(CEO)가 그와 두터운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주가가 내려가고 웩스너 CEO가 직접 사과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엡스타인 스캔들이 세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그의 자살로 검찰 수사는 동력을 잃은 상태라고 외신은 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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