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퀀텀닷에 13조, LG는 OLED에 3조…韓디스플레이 '배수진' 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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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0.10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국일보 류효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0.10 청와대사진기자단 / 한국일보 류효진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10일 삼성이 'QD-디스플레이 13조원 투자' 발표를 한 건 액정표시장치(LCD)로는 더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LCD 시장은 2~3년 전부터 중국이 주도권을 가져갔고, 삼성이나 LG 디스플레이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13조를 퍼붓기로 한 'QD-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인 것은 분명하지만, 양산 기술 개발까지는 만만치 않은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글로벌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 매출이 80%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매출(약 20%)보다 많다. 현재 시장의 주도권자는 단연 중국의 BOE다. BOE는 IHS 마킷이 발표한 올해 1월 LCD 시장 점유율에서 22.3%를 기록했다. 10여 년 넘게 1위를 지키던 LG디스플레이(21.6%)를 2위로 밀어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9인치 이하 소형 디스플레이(OLED) 시장에선 97%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지만, 대형 LCD 시장에선 점유율이 9.9%로 5위 수준이다.

디스플레이 시장 1분기 점유율

디스플레이 시장 1분기 점유율

삼성과 LG 디스플레이도 현재까지는 LCD 시장에 매출의 상당액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최소 20% 싼 중국의 물량 공세에 속절없이 밀리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10.5세대 라인에서 65인치 패널을 8장, 삼성이나 LG 디스플레이는 8.5세대에서 3장의 패널을 만든다"며 "삼성이나 LG로서는 LCD를 만들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에 각각 5600억원과 13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10여년간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삼성과 LG가 타개책으로 선택한 게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 TV는 판매량이 현재는 연간 300만대 수준이지만, 2021년 710만대, 2022년에는 1000만대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IHS 마킷). 삼성은 13조원을 투자해 2021년부터 QD-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하고, 2025년까지는 기존 LCD 라인을 모두 QD-디스플레이 라인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이미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 양산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경기 파주에 이어 9월부터 중국 광저우에서 양산을 시작했고, 3조원을 파주에 더 투자해 10.5세대 라인을 추가할 계획이다. OLED는 백라이트에 의해 빛을 내는 LCD와 달리 자체 발광하기 때문에 훨씬 얇고, LCD보다 응답 속도가 1000배 이상 빨라 동영상 구현에 최적화한 디스플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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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투자하겠다는 QD-디스플레이는 OLED보다 더 진화한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QD-디스플레이는 지름이 2∼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을 통해 전기나 빛 에너지를 받으면 스스로 빛을 낸다. OLED의 ‘번인(burn-in)’ 현상으로 인한 색감 저하나 짧은 수명이라는 약점까지 극복할 기술로 평가된다.

2015년 포기한 OLED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
하지만 삼성의 양산 기술 개발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삼성은 2013년에 LG와 마찬가지로 OLED TV 생산을 시도했지만, 수율 등의 기술적 과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5년 OLED를 포기한 바 있다.

이재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QD디스플레이가 현재 논의중인 차세대 디스플레이중 가장 진화한 기술은 맞다"면서도 "공장에서 실제 양산하는 기술력까지 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수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중앙대 화학신소재 공학부 교수)는 "삼성과 LG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을 본격화하는 건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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