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측, 스톡홀름 협상 구체적 설명 피해”…북ㆍ미 보안 짬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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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스웨덴 실무협상이 결렬된 지 5일이 지났지만 당시 회담 결렬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선 여전히 깜깜이다. 미국 정부는 물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급파해 지난 8일(현지시간) 한ㆍ미, 한ㆍ미ㆍ일 협의를 진행했다.

한미, 북미 협상 공유하고도 함구 계속에 #미측 제한된 정보만 제공 관측까지 등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협의를 마친 뒤 국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협의를 마친 뒤 국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그러나 이 본부장은 관련 내용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그는 전날에 이어 10일 오전(현지시간 9일) 워싱턴 D.C를 떠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어떤 핑계를 잡아낼지 모르니까”라는 말을 남긴 채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표면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협의한 내용이 알려질 경우 북한이 트집을 잡거나 회담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일종의 전략적 보안으로 읽힌다. 정부는 이와 관련 “빛샐틈 없는 한ㆍ미 공조를 바탕으로, 시차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ㆍ미가 충분히 협의를 하고 있는데 양측의 합의로 관련 내용을 바깥에 ‘발설’하지 않을 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협상 결과를 ‘시차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공유하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설명과 달리 최근 미국이 회담과 관련한 정보 제공을 꺼리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돼서다. 익명을 원한 한·미 관계 소식통은 “한ㆍ미ㆍ일 고위 당국자들이 워싱턴에서 만나 협의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며 “아직 모든 정보를 공유할 시기가 아니라고 미 측이 판단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5일 미국과 북한의 실무협상 당시 미국 정부 내부적으로도 정보공유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보니 한국 정부에 미측의 정보제공이 늦어졌다”고도 했다. 한ㆍ미 간에 외교채널을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지만, 지난 5일 북ㆍ미 협상을 전후해선 예전같이 ‘한 몸’ 처럼 움직이지 못한 채 최소한의 정보공유만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런 미국의 조심스런 접근과 관련해선 북한의 보안 요구 때문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무협상을 위한 접촉 과정에서 북한이 “주변국에 알리지 말라”는 주문이 있었고, 미국은 이를 수용해 한국 정부에 최소한의 정보공유만 해왔다는 것이다. 북ㆍ미 협상을 앞두고 복수의 당국자들이 “우리 입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던 것 역시 미국 측의 보안 요구 또는 공식 통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 본부장이 “북한이 어떤 핑계”라는 표현을 쓴 것도 북ㆍ미간 합의가 알려질 경우 이를 북한이 약속 파기로 간주해 트집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통화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직거래를 암시했다. 이는 한국의 중재자 입지가 대폭 축소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한국을 향해 “오지랖이 넓다” 등으로 비난하며 북·미 관계가 진행이 되지 않으면 한국을 상대로 화풀이를 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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