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못잡는 정부규제…전국 시군구 80% 거래절벽 부작용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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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정부의 강력한 집값 안정화 정책에 따른 부작용으로 전국 시·군·구 80% 이상이 거래 침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전국 주택매매거래지수 0.63 #서울 0.53…예년 평균 대비 반토막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15주 연속 상승 #지방 아파트값은 침체 장기화

주택산업연구원은 10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대안 모색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주산연은 주택거래 시장의 질적 진단을 위한 주택매매거래지수(HSTI)를 이날 처음으로 소개했다. 올해 상반기 전국 HSTI는 0.63을 기록하며 기준선(1)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서울(0.53)을 비롯한 규제지역 44곳의 HSTI는 0.2~0.6으로 심각했다. HSTI가 1 미만이면 거래 기준에 못 미치는 침체기, 1을 초과하면 거래 기준을 넘어선 활황기를 뜻한다. 거래 기준은 금융위기 이후 10년간(2008년~2017년)의 평균값으로, 주택 경기 사이클을 고려했다.

주산연은 “전국 시·군·구 261곳 중 82.7%(216곳)가 거래 침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양도소득세 규제 등이 임대주택 등록과 증여를 부추기면서 2017년 이후 거래 물건이 35만가구가량 줄었고 결국 거래 동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거래 침체는 주택 관련 산업에 ‘직격탄’이다. 중개업과 이사업, 인테리어업, 청소업 등의 침체로 서민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수요자들의 주거 이동권도 제약한다. 지방의 경우 세수 감소 현상도 심각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산연은 지방세수 중 주택 관련 비중을 16.6%로 추정했다.

주산연은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정상화해 지속 가능한 공급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은 본래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타깃인 서울 집값은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소폭 조정을 받았지만 하반기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7% 상승하며 15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달 1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분양가 상한제 확대 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규제의 ‘고삐’를 당겼지만 분위기가 바뀌지 않고 있다.

부산의 아파트 단지들 [중앙포토]

부산의 아파트 단지들 [중앙포토]

수도권 비인기 지역과 지방(광역시 제외)은 집값이 지나치게 떨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중심의 부동산 정책 아래 지방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재고 주택 가격의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있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경북·경남·충북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미분양 적체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이는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건산연은 분석했다.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건산연은 미분양 관리 지역을 중심으로 ‘핀셋’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모두가 서울 집값을 쳐다보는 사이 지방 주택 시장에선 침체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 리스크로 옮아가기 전에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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