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세금소송 10번중 4번은 지는 국세청…국회 "전문성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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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국세청장이 조사국장이던 지난해 5월 16일 편법 상속·증여 혐의의 50개 기업, 재산가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준 국세청장이 조사국장이던 지난해 5월 16일 편법 상속·증여 혐의의 50개 기업, 재산가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세청이 소송액 100억원 이상의 고액 세금소송에서 패소할 확률(패소율)이 올해 상반기 4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 10번 중 4번 이상은 진다는 의미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일표 의원(자유한국당)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송액 100억원 이상인 고액 사건에서 국세청의 패소율은 올해 상반기 42.9%에 달했다. 고액사건 패소율은 2015년 51.7%에서 2016년 31.5%로 낮아졌지만, 2017년 35.1%, 지난해 40.5%로 오르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최근 5년간 평균 고액사건 패소율은 38.3%였다.

국세청의 세금소송 패소율은 소송 가액이 높아질수록 올랐다. 같은 기재위 소속 심기준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소송액 1억원 미만인 사건의 국세청 패소율은 6.5%에 불과했다. 1억~10억원 미만 사건 패소율도 8.3%다. 그러나 50억원 이상인 사건 패소율은 39%에 달했다.

패소한 고액 사건 대부분은 법인세 관련 소송이었다. 지난해 고액소송 상위 10건 중 법인세 관련 소송 가액은 5880억원으로 전체 패소금액 1조624억원의 55.3%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소송액 2951억원 규모 법인세 관련 소송에서도 국세청이 원고에 패소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세청과 법원, 사실 판단에서 온도 차" 

국세청이 세금 소송에서 패소한 원인은 주로 법원과 국세청이 사실관계를 다르게 봤거나(59.4%), 법령 해석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경우(38.1%)가 많았다. 국세청이 행정 처분을 명백히 잘못하거나 소송을 잘못 수행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법원과 국세청이 사건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홍 의원은 "국세청이 고액 사건에서 패소율이 높인 이유는 국세청의 전문성·역량 부족으로 법령 해석과 사실 판단 등에서 법원과 온도 차를 좁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원고가 대형 로펌 등의 조력을 받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다 보니 고액 소송 패소가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선례가 없는 국제·금융 거래 등에 대응해 우수한 소송대리인을 선임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년간 전체 세금 소송에서 국세청이 패소한 가액은 3조5018억원이었다. 2017년(1조960억원)과 지난해(1조624억원)에는 2년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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