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 민정수석과 사퇴 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이달 말 열린우리당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천 장관은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전해철 민정수석을 만나 장관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일 "정치인 장관이라는 점에서 본인이 결심만 하면 그 뜻을 존중한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며 "천 장관의 사퇴가 임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천 장관도 "당에 복귀하는 쪽으로 얘기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이)참으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각오를 밝혔다. 천 장관 후임 인사는 7.26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직후가 유력하다. 현재 김성호(사시 16회)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정홍원(사시 14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내현(사시 16회) 전 법무연수원장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천 장관은 지난 7.3 개각 때도 당에 복귀하기 위해 청와대에 사의를 전달했다. 하지만 한덕수 경제.김진표 교육부총리를 교체한 7.3 개각이 '문책성 인사'로 비춰지면서 제외됐다고 한다.

어쨌든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천 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가 기정사실화하면서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출범의 1등 공신이다. 그래서 당내 역학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반면 당의 한 관계자는 "천 장관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돌입할 경우 당내 분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근태 의장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얘기가 많다. 천 장관은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까운 사이다. 신기남 전 의장, 정 전 의장과 함께 이른바 '천신정'의 일원으로서 민주당 탈당→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지금 당내에선 김병준 교육부총리 임명을 놓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자"는 김근태계와 '민심의 거부감'을 강조하는 정동영계 사이에 갈등이 잠복해 있다. 김 의장과 가까운 한 초선의원은 "지금은 한두 사람이나, 반짝 아이디어로 당이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당이 위기 극복보다 대권경쟁에 골몰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천 장관은 "지금 누구와 경쟁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지 않으냐"며 "다 같이 고민하고 공멸을 면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 돌아간다 해도 정치현장을 떠난 지 1년이 넘어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몸을 낮췄다.

박승희.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