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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은 靑 일 하면 된다" 서초동 집회와 달리 말 아낀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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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조국 퇴진’을 주장하는 인파가 운집했다. 3일 개천절에 이어 다시금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오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이들은 해 질 녘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현장과 1㎞ 남짓 떨어진 청와대에선 건물 밖으로만 나서면 시위대의 소리가 들렸다. 무슨 주장을 하는지 또렷하게 들리진 않았지만, 참석자들의 소리가 뭉쳐진 채 웅성거리면서 전해졌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아스라한 음향이 희한한 풍경을 연출한 이 날, 청와대는 시위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런 외부 일정 없이 청와대에 머무르면서 휴식과 업무보고 청취를 병행했다고 한다. 국가 안보실 관계자들은 대거 출근해 회의하며 북·미 대화 후속 작업을 검토했고, 다른 참모들도 ‘통상 업무’를 봤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집회와 관련해 청와대가 내놓을 입장은 딱히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서초동이든 광화문이든 집회를 청와대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나. 국회는 국회의 할 일을, 청와대는 청와대의 할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한 외에는 집회와 관련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현안 점검 회의 때도 집회는 화두에 안 오른다고 한다.

이는 대규모 서초동 촛불 집회 이후의 대응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서초동 ‘검찰개혁 조국 수호’ 집회 직후에도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일 뿐, 청와대가 더 덧붙일 말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집회 이틀 뒤인 30일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 개혁 관련 업무보고를 받은 이후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의 사람이 모였다. 수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고 한목소리를 외쳤다는 것에 대해 당연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청와대 핵심관계자)고 했다.

청와대는 광장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한다는 방침 속에 당장은 경제 이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4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 4단체장과 오찬을 함께한 데 이어 8일 국무회의 때 “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지 100일이 되는 11일에는 홍남기 경제 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가 발족한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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