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수사 영장 남발" 김명수 거론하며 법원 압박한 민주硏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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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이 8일 ‘검찰 개혁’에 이어 ‘법원 개혁’ 보고서를 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임박설이 나오는 시점에서다.

“사법농단 때는 영장 90% 기각” #필자 개인 견해라며 이메일 배포 #“정경심 영장청구 국면 접어들자 #법원에 공개경고 한 것 아니겠나”

민주연의 이슈브리핑 보고서 제목은 ‘검찰·법원개혁 함께 추진할 제2사법개혁추진위원회 구성 논의 제안’이다. 지난달 30일 ‘검찰 특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 이슈브리핑을 발표한 지 8일 만에 법원 개혁을 거론했다. 첫머리에 “글 내용은 집필자 의견이며, 민주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란 전제를 붙였다. 하지만 민주당 중앙조직인 공보국이 공식 e메일 계정으로 이 보고서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보고서는 법원 개혁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들었다. “조 장관 가족 수사 과정은 검찰뿐 아니라 법원까지 포함한 한국 ‘관료 사법체제’의 근원적 문제를 노정”했다면서 “검찰만 압수수색을 남발한 것이 아니라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남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조 장관 수사에 책임이 있고, 법원도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뒷받침”해 주며 동참했다는 비난이다.

법원 개혁을 거론하는 보고서에 “사냥처럼 시작된 검찰 조국 수사에서 ‘사법농단’ 수사 당시와 다른 법원의 이중성이 드러났다”(9월 20일)라는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의 말을 본문 첫 줄에 삽입했다. 그러면서 “사법농단 수사 당시 75일 동안 23건의 압수수색이 진행됐지만 조국 장관과 관련해선 37일 동안 70곳 이상의 장소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다며 “이중적 태도”라고 했다. 또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은 90%가 기각(208건 중 185건)됐지만 조 장관 수사에선 거의 모든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특정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법원과 검찰 내부 자료다. 수사팀과 영장전담판사, 이들의 보고 라인에 있는 법원·검찰 간부들 외에는 실제 압수수색 영장이 얼마나 기각됐는지 알 수 없다. 사법농단의 경우 당시 수사팀이 언론에 “(청구 건 중) 10%만 발부됐다”고 공개했었다. 조국 수사에서도 수사팀 안팎에서는 “영장에 삭선(削線)이 많다”는 말이 나왔다. 법원이 압수 범위 제한을 위해 영장에 삭제 선을 많이 그었다는 거다.

그런데도 연구원은 “(법원이) 거의 모두 발부”했다고 적었다. 압수수색 영장 내준 것을 비난해 다가올 구속영장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변호사는 “조국 수사가 정경심 교수의 영장 청구 국면에 접어들자 법원을 향해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했다. “검찰에 집중했던 화살을 법원 쪽으로 돌렸다”는 관측이다.

연구원은 7페이지짜리 보고서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9차례 언급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다짐이 무색하게도 법원은 무분별한 검찰권 남용에 대해 방관자로 전락했다” “김명수·윤석열 체제하에서 조국 장관 상대 먼지털이식·마녀사냥식 수사와 영장 남발, 여론재판이 이뤄졌다”고 썼다.

보고서의 결론은 “입법부, 행정부, 외부 단체가 참여하는 ‘보다 큰’ 개혁 기구 구성”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법조계·학계·언론계 인사 15~20명으로 꾸린 대통령 자문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제2사법개혁추진위원회’로 재현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를 기한으로 제시했다. 현재 법무부에선 검찰개혁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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