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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영화] "덤벼라 정상인들아" 돌연변이 흡혈족의 대저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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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출연: 밀라 요보비치·캐머론 브라이트
장르: SF
등급: 12세
20자평: '시간 때우기'용 오락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첨단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영.미 문화권에서는 미래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표현한 작품이 많다. 인간을 대량으로 복제하는 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한 소설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1932년)나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가 지배하는 감시와 통제 사회를 그린 '1984년'(조지 오웰.49년)이 대표적이다. 영화 또한 '터미네이터'(84년),'백 투 더 퓨처2'(89년), '데몰리션맨'(93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나온 몇몇 영화는 다소 실망스럽다. 상상력의 빈곤을 인기 배우의 출연이나 현란한 액션.컴퓨터그래픽(CG) 등으로 메우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른 영화에서 이미 익숙한 설정이나 배경을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일 개봉한 '울트라 바이올렛'(감독 커트 위머)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영화의 배경은 과학기술이 창조한 미래 신세계. 과학자이자 권력자인 덱서스(닉 친런드)는 HGV라는 신종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권력을 확고히 하려는 음모를 세운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바이러스가 유출되면서 '흡혈족'이란 돌연변이들이 생긴다. 위기를 느낀 덱서스는 돌연변이를 색출, 멸종하려 한다. 돌연변이 사이에선 저항군이 형성되고, 그 중심에는 여전사 바이올렛(밀라 요보비치)이 있다. 어느 날 바이올렛은 덱서스의 비밀무기를 빼앗는 데 성공하고, 덱서스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바이올렛을 추격한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기존 여러 작품과의 유사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미래사회 여전사의 맹활약이란 점에선 6월 말 개봉한 '이온 플럭스'와 상당 부분 겹친다. 돌연변이와 인간의 싸움이란 구도는 '엑스맨' 시리즈와 비슷하고, 전횡을 일삼는 권력자 덱서스는 '1984년'의 빅 브라더와 닮았다. 돌연변이들을 강제로 격리, 수용하는 거대한 건물은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 후반부에는 인간 복제 문제도 언급된다. 드라마는 부족한 대신 액션은 넘쳐난다. 밀라 요보비치는 시종일관 긴 머리카락을 찰랑찰랑 흔들며 춤 추듯 액션을 펼친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 피하는 장면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다만 비밀무기의 정체가 드러날 때 등장하는 소년 식스(캐머론 브라이트)의 신비한 표정 연기는 그런대로 볼 만하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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