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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북미관계 전환" 분위기 띄웠더니…미국은 "스웨덴이 중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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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현지시간) 미국측과 회담후 북한대사관으로 돌아와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5일(현지시간) 미국측과 회담후 북한대사관으로 돌아와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판문점 북ㆍ미 회동 뒤 약 세 달 만에 열린 북ㆍ미 실무협상에 대한 청와대의 기대감은 컸다. 일정을 바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등 사실상 다시 ‘촉진자’ 역할에 나섰다. 하지만 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날아든 소식은 회담 결렬이었다.

NSC, 4일에도 “실질적 진전 기대”

사실 이번 북ㆍ미 간 실무협상을 앞두고 워싱턴 조야뿐 아니라 한국 내 외교안보 전문가 그룹에서도 비관적 견해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었다. 하지만 결렬 직전까지도 청와대 일각에서는 북ㆍ미 간에 모종의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왔다. 실무협상 직전인 4일 오후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 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상임위원들은 북ㆍ미 간 이번 실무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23일 한ㆍ미 정상회담 직후에 청와대는 북·미 관계의 ‘전환’을 거론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회담 뒤 “두 정상은 한ㆍ미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transform)’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할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전환’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관계 개선을 넘어서는 적극적ㆍ근본적 관계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ㆍ미 정상회담 뒤 ‘전환’ 강조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외신 브리핑까지 열어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백악관 발표에는 이런 표현이 없고,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이전에도 전환이라는 단어를 써왔다는 지적에 대해 외신 브리핑에서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전환’을 강조한 것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북ㆍ미 간에 북한 체제 안전 보장 문제에서도 간극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전환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과잉해석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UN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UN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반복되는 한국 역할 논란

이와 관련, 하노이 회담 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엔 영변 핵시설 폐기의 가치를 두고 한국이 북한과 미국에 각기 다른 입장을 전해 하노이 노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배달사고’ 논란이 나왔다. 최근 미 행정부 인사들을 만난 학계 인사는 “미국도 반복되는 한국 정부의 장밋빛 그림 띄우기 시도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보다 투명하게 상황을 전달하고 차선책, 비상대책 등을 만들어야 정직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한국 정부의 접근법은 좀 다른 것 같다는 걱정이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외무부 청사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외무부 청사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북ㆍ미 실무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 나라는 스웨덴이었다. 스웨덴은 북한이 실무협상 의사를 밝힌 지난달 초부터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스웨덴 정부 인사들은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는 지난달 16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스웨덴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요하고 독특한 역할을 갖고 있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용의가 있다”고만 말했다.

협상 재개 가능성 열어준 건 스웨덴

북한과 미국에 향후 추가 실무협상을 제안한 쪽도 스웨덴이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협상 결렬 뒤 내놓은 입장에서 “미국은 회담을 종료하며 스웨덴 주최 측이 모든 문제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기 위해 2주 내에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자고 초청한 것을 받아들이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2주 내 협상 재개 초청을 미국은 받아들였고, 북한도 이를 수용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입장 말미에서 “미국은 스웨덴 외교부가 이번 협상이 가능하도록 장소와 기회를 제공한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도 밝혔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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