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내 멧돼지 감염 심각한 문제…개체 수 줄이는 대책 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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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호 06면

야생 동물 수렵만 40여 년 경력인 한만택(70)씨는 지난 2일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DMZ) 안에 들어가 죽은 멧돼지 심장에서 채혈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한씨가 뽑은 피를 검사해 죽은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렸다고 지난 3일 환경부를 통해 발표했다. 인천시 강화와 경기도 김포·파주군을 중심으로 ASF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 감염 주경로가 북한일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현재 야생생물관리협회 연천지회 소속 회원인 한씨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죽은 멧돼지 상태가 깨끗했다고 하던데.
“4~5개월 된 아기 멧돼지이고 무게가 5㎏ 나갔다. 부패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상태는 깨끗했다. 다른 동물이 파먹은 흔적도 없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었다고 봐야 할 거 같다.”
멧돼지가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의 우리 측 철책을 넘어와 죽어 있었나.
“그렇지 않다. 군부대 연락을 받고 군청 환경과 직원과 함께 통문을 통해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가 폐사한 멧돼지를 발견했다.”
죽은 멧돼지 처리는 어떻게 했나.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소독 후 땅에 묻었다.”
비무장지대 안에 멧돼지 개체 수가 많나.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숫자는 엄청나다고 봐야 할 거 같다.”
북한이 지난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ASF 발병 사실을 공식 보고했는데 5개월 만에 비무장지대 안에 서식하는 멧돼지가 감염됐다면 심각한 문제 아닌가.
“철책 너머에 감염된 멧돼지가 많다는 거 아니겠나.”
멧돼지가 철책을 넘어올 순 없을 텐데.
“멧돼지가 철책을 넘어와야 전파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새 같은 날짐승이 감염된 멧돼지와 접촉하거나 모기·파리 등을 통해서도 전파된다는 말을 들었다. 물길을 따라 사체가 내려와 감염될 수도 있고.”
북쪽에서 비무장지대로 이동하는 감염 멧돼지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체 수를 줄이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방부는 ASF 발병 지역인 경기도 연천 중부 일대 비무장지대 내에 헬기를 투입해 오는 10일까지 방역을 한다고 4일 발표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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