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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기금 고갈 위기 몰렸는데 파생상품 투자로 원금 82% 날려

중앙일보

입력

현 정부 들어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이 적자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고용보험기금을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상품(DLS)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81.5%를 날리는 등 기금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보험기금도 10%가 넘는 투자 손실률을 기록했다.

고용부 국감, 강효상·한정애 의원 문제 제기

이런 사실은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2018년부터 실업급여 수지 2750억 적자로 전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2013년 이후 흑자를 유지하던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 재정수지가 2018년부터 275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꾸준히 높아지던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 배율도 2018년 0.7배로 떨어져 법정 적립 배율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 계정은 실직자의 생활안정과 재취업을 돕기 위해 수행하는 기금으로 구직급여의 재원이다. 고용부는 고용보험법에 따라 적립 배율을 연 지출액의 1.5배 이상, 2배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자료=강효상 의원실]

[자료=강효상 의원실]

"기금 사정, 2024년까지 지속적으로 악화"

이에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실업급여 계정과 관련, "지난해 적자 규모의 5배에 가까운 1조 3000억에 달하고, 적립 배율도 2024년까지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강 의원은 "고용악화를 불어온 퍼주기식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실패에 따른 현상"이라며 "고용보험기금이 불안정하면 그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상태가 급속히 악화하는데 투자를 잘못해 원금을 날리는 사태까지 빚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자산 8조4000억원인 고용보험기금이 보유한 기타채권형(채권연동 파생상품 투자)은 1조원으로 이중 원금보장비율은 55.8%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자료=한정애 의원실]

[자료=한정애 의원실]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 585억 투자했다 477억원 날려"

심지어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연계 파생상품(DLS)에 584억7000만원을 투자했다가 만기일인 올해 7월 24일 108억1000만원을 건지는 데 그쳤다. 원금 손실률이 81.5%에 달한다.

[자료=한정애 의원실]

[자료=한정애 의원실]

"미국 국채 금리 연계 DLS에도 1553억 투자…492억 손실"

또 고용보험기금은 하나금융투자, 미래 대우 등을 통해 미국 국채 금리연계 파생상품에도 1000억원 투자됐다. 이 투자금은 9월 30일 기준으로 평가액이 587억원에 불과하다. 413억원을 날린 셈이다.

산재보험기금도 마찬가지다. 주간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국채 금리연계 상품에 산재보험기금 553억원을 투자했다가 9월 30일 현재 79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는 중이다. 이 채권의 만기일은 2021년 3~6월이다.

한 의원은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을 위해 쓰이는 고용보험기금이 그간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노동부는 투자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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