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국 자녀 입시의혹 침묵하던 교육부, 최성해 총장 조사 착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8일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표창장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표창장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학력위조 의혹과 관련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최 총장은 지난달 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했던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등에선 최 총장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조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선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교육부가 최 총장의 학력 조사에 발 빠르게 나선 것을 두고 교육계에선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 동양대 25년간 이사회 회의록 확보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사립대학정책과 직원들은 동양대를 방문해 최 총장이 취임한 1994년부터 최근까지 25년간의 이사회 회의록과 총장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동양대에 여러 차례 자료 요청을 했지만 제출하지 않자 직접 학교에 찾아갔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 총장이 허위 학력으로 총장이 됐는지, 이사들도 이 사실을 알고 동조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양대가 최 총장의 이사회 임원 승인을 위해 교육부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1978년 단국대 상경학부 4년 수료’라고 기재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최근 최 총장의 학적 상태가 ‘제적’(중도에 그만둬 수료‧졸업을 못 한 상태)이라고 확인했다. 교육부는 또 최 총장이 미국 워싱턴침례신학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학력 위조 확인돼도 총장 해임 여부 미지수

앞서 지난달 25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 총장이 학력 관련 규정을 어긴 게 확인되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당 의원들은 최 총장이 교육부에 제출한 서류에 허위학력이 기재됐다면 임원 승인 취소는 물론, 교육부의 이사 승인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학력위조가 확인돼도 총장 해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사립학교법상 사립대 총장의 임명권은 이사회가 갖고 있다. 교육부는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만 행사하는 게 가능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 총장의 경우 학력 등 자격 기준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임원 승인 요청에서 허위 기재를 한 (과거) 사례가 없다. 학력위조가 총장 해임 사유가 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중 잣대' '물타기'…교육계 비판 거세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최 총장의 학력위조와 관련해 신속하게 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 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에 대해선 교육부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서다. 조 장관 자녀 관련 문제는 지난 8월 불거졌지만 교육부가 관련 학교를 조사‧감사한 일은 없었다. 조 장관의 아들이 재학 중인 연세대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지만, 이는 조 장관 자녀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예정된 일이었다.

교육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는 “지난 8월부터 교육부가 조 장관 자녀 관련 대학을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는데, 이때는 뒷짐 지고 있더니 최 총장 학력 문제에 대해서는 전광석화 같은 조사를 한다”며 “조 장관에게는 관대하고, 최 총장에게는 가혹한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조 장관 자녀 문제로 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졌는데, 교육부는 ‘조 장관 자녀 감싸기’ ‘물타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13개 대학 실태조사 전에 조 장관 자녀 관련 대학부터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학재 의원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이학재 의원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의원들도 전날 이뤄진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다.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8월 감사에 착수하고 위법 부당한 점 있으면 조처를 하라고 했는데 한 달 보름 동안 교육부가 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도 “(조 장관 자녀 대입 특혜에 대한) 특별감사를 바로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교육부가 감사에 나가기 전에 이미 검찰의 압수수색과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대학의 입시자료는 4년만 보존되기 때문에 수사권 없는 상태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