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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지시하고 나서야···北목함지뢰 중사 '전상' 인정한 보훈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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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 미사리 조정대표 선수숙소에서 하재현 예비역 중사. 최승식 기자

경기도 하남 미사리 조정대표 선수숙소에서 하재현 예비역 중사. 최승식 기자

북한의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가 2일 국가보훈처 재심의에서 ‘전상’(戰傷) 군경 판정을 인정받았다.

박삼득 보훈처장은 이날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보훈심사위원회 재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박 처장은 박 처장은 “이번 보훈심사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하재헌 중사와 가족분들께 싶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심의에서는 최초 심의 때 법령조문을 문자 그대로 경직되게 해석했던 부분에 대해 폭넓은 법률자문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보훈처는 이번 하 (예비역) 중사 심의를 계기로 관련 시행령 개정은 물론 보훈심사위원 구성 개편, 그리고 국가보훈체계를 정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 예비역 중사는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도중 북한군이 통문 근처에 숨겨둔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그는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근무하다 “장애인 조정 선수로 패럴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며 지난 1월 31일 전역했다. 육군은 하 중사가 전역할 당시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해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자로 규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전상 판정을 내렸다.

하재헌 중사가 지난 1월 31일 오전 경기도 육군1사단 수색대대에서 열린 전역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하 중사는 장애인 국가대표 조정 선수로 전국체전과 아시안컵 등 5개 국내외 대회에 참가해 4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따는 등 운동선수로서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으며 패럴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뉴스1]

하재헌 중사가 지난 1월 31일 오전 경기도 육군1사단 수색대대에서 열린 전역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하 중사는 장애인 국가대표 조정 선수로 전국체전과 아시안컵 등 5개 국내외 대회에 참가해 4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따는 등 운동선수로서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으며 패럴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뉴스1]

그러나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 8월 유공자법에 관련 조항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상(公傷)’ 판정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전상’은 적과의 교전 등 전투에서 입은 상이를 뜻하지만, ‘공상’은 교육ㆍ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수행 등의 과정에서 생긴 상이를 의미한다.

이에 하 예비역 중사는 지난달 4일 보훈처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를 신청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 저의 명예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논란이 일자 “하 중사가 이의를 제기해 재심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재심의 과정에서는 기존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을 탄력적으로 검토해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하 예비역 중사를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행사가 끝난 뒤 하 중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그를 꼭 껴안으며 격려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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