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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서울대 인턴 보름, 유학반 시험과 열이틀 겹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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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녀 인턴증명서 ‘셀프 발급’ 의혹과 관련해 교육계 전문가들은 “5월 초 보름간 인턴은 사실상 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조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딸은 한영외고 3학년 시절인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실제로 인턴을 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2007~12년 6년 동안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발급 내역을 받았는데 고등학생은 없었다”고 말하자 나온 답변이었다. 조 장관은 “센터에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다”며 “저희 아이는 실제 국제회의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국제회의는 2009년 5월 15일 서울대 법학대학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로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조 장관은 발표를 맡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 해당 인턴 기간은 AP(미국대학 과목 선이수제) 시험 기간과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도 AP 시험은 5월 4~15일이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으로 AP 성적이 좋을수록 미국 명문대 입학에 유리하기 때문에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험이다. 조 장관의 딸 조모(28)씨는 고려대학교 입학 당시 수리‧생물‧화학 과목의 AP 점수를 영어성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한영외고 유학반 교사는 “상식적으로 AP 기간 학교 밖에 나가서 인턴을 할 수 있겠나”고 되물었다. 그는 “게다가 한영외고 유학반은 학교를 두 개 다니는 시스템이다. 4시까지 일반 수업을 듣고, 이후 10시까지 유학반 프로그램을 따로 듣는다”며 “밖에 나가서 보름 동안 인턴을 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입시업체 관계자 역시 “외고 유학반 아이들은 평균 10~12과목 AP 시험을 본다”며 “고교 3년 동안 나눠서 본다고 하더라도 한 해당 4과목 정도는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바로 전인 4월 말은 중간고사 기간이고 이후는 SAT(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보는 기간이다. 시험에 집중해야지 이 기간 인턴은 상상도 못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를 받은 조씨의 한영외고 동기는 검찰 조사에서 “조 장관이 전화해 세미나(국제학술회의)에 참여하라고 했고, 단 하루만 참석했다”며 “조 장관의 딸이 내 인턴증명서까지 한영외고에 제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조씨를 의학 논문 제1 저자로 올려준 단국대 장영표 교수의 아들이다. 또 조 장관 지인의 아들 역시 “세미나에 단 한 번 참석했을 뿐인데 인턴 증명서를 받았다”고 검찰에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의 딸과 비슷한 시기 인턴 증명서를 받은 두 사람이 사실상 허위 수료증을 받았다고 시인한 셈이다.

검찰은 조 장관이 인턴증명서 발급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자택 압수수색에 앞서 검찰이 확보한 조 장관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3명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서류가 워드프로세서 파일 형태로 저장돼 있었다고 한다.

조 장관은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출근길 취재진에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관련 서류를 제가 만들었다는 보도는 정말 악의적”이라며 “저희 아이는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고, 센터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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