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은 과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선대 회장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인간적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성동 “사퇴 생각 없나”…조국 “책임감 느끼겠다”
조 장관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탄원서 제출에 대해 질의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권 의원은 “재벌을 겉으로는 비판하면서 뒤로는 400억원 횡령 배임을 한 인사에 대한 보석 선처를 했나”라고 물었고, 조 장관은 “재벌도 보석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그분의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태광그룹 산하 일주학술문화재단의 장학금을 받아 미국 버클리 대학에 유학을 다녀왔다. 권 의원에 따르면 조 장관은 당시 등록금과 생활비 명목으로 3년간 15만달러를 받았다. 조 장관은 “장학금으로 얼마를 받았냐”는 권 의원 질문에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부인하지는 않았다.
권 의원은 "재벌을 비판하고 비자금 조성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재벌 재단에서) 그렇게 많은 장학금을 받느냐"고 다시 물었다. 조 장관은 "국내와 달리 해외 유학은 돈이 들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장학생으로) 지원해 선발됐다"고 했다.
권 의원은 또 "조 장관이 구속된 이호진 회장의 (석방을 탄원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앞에서는 재벌을 비판하면서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이 전 회장 보석 등을 선처하느냐"고 따졌다. “전형적인 언행불일치로 위선과 이중성의 결정체”라는 권 의원의 비판에 조 장관은 “선대 회장님에게 장학금을 받았고 그분 아드님이 그런 처지라 보석을 탄원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처벌과 보석은 다르다. 엄중한 처벌은 필요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보석은 필요하다”면서 “재벌이건 누구건 보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단언했다.
권 의원이 “평소에는 엄하게 처벌하라고 하더니 왜 이호진만 선처를 탄원하나. 결국 장학금 수혜, 은혜, 혜택을 입었기에 이런 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보석을 해달라고 탄원한 것뿐이다. 저만 한 게 아니라 당시 장학생들 여러 명이 같이 탄원서를 냈다”고 반박했다.
조 장관은 태광그룹에 대한 수사 중일 때 재단의 장학 행사에 참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 장관은 “(과거) 장학금을 받은 장학생들을 모이게 해서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이른바 ‘거마비’ 수령에 대해서는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지난 23일 검찰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거론하며 “강제수사를 경험한 국민의 심경을 느꼈다고 했는데 (어떤가)”라고 물었고, 조 장관은 “저는 현장에 없었다. 그 뒤에 가족들의 상황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는 개인적 심정을 토로한 것”이라고 답했다.
권 의원은 이어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밀어붙인 ‘적폐수사’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변창훈 검사를 언급하며 “지금이라도 사죄 용의가 없느냐”고 따졌고, 조 장관은 “변 검사의 비극은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과거 서울대 교수 시절부터 재벌을 비판했다는 의견에 “헌법 정신에 기초해 자유주의자임과 동시에 사회주의자라 한다”면서 “헌법에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이 “범여권은 표 떨어지는 소리가 우수수 들리는데도 대통령을 의식해 물러나라고 말하지 못한다. 제발 좀 물러나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조 장관을 쳐다보고 있다”고 하자 조 장관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 의원이 “고위 공직자의 최대 망상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알려달라”고 말했고, 권 의원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국이 없어도 검찰개혁을 할 수 있고 대한민국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래도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재차 묻는 권 의원의 말에 조 장관은 “책임감을 느끼겠다. 질책을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