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발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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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헝가리사람들에게 으레 붙어 다니는 수식어들이 있다. 「기사적 국민」,「열정적 혁명가」,「열광적 민족」,「대접하기 좋아하는 국민」-이라는 것이다. 말만 들어도 그 사람들의 훈기가 느껴진다.
헝가리 주민의 대부분은 마자르 인이며, 이들은 건조한 초원(스텝)에서 말을 타고 달리며 사는 기마 민족이었다.
열정적이고, 충동적인 기사적 기질은 여기서 비롯된 말이다.
이 나라는 예부터 터키, 독일과 같은 나라들에 의해 수시로 유린을 당해왔다. 그러나 헝가리 사람들은 결코 자기를 잃어버린 일이 없었다. 자신과 자신의 풍토를 그 어느 나라 국민들 못지 않게 사랑했다.
헝가리 사람들은 유럽 유일의 아시아계 민족이라는 점에서도 비록 땅은 유럽에 묻혀 있지 만 우리에게 친밀감을 준다.
이들은 음악에도 뛰어나 F 리스트, B 바르토크, Z 코다이 등 위대한 음악가들을 탄생시켰다. 예술적인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리스트의 『헝가리 언 랩소디 (광시곡)』는 바로 헝가리 사람들의 열정적이고 열광적인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헝가리에 1백년도 넘는 전통과 명성을 가진 국립발레단이 있다는 것은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발레단은 1천3백 석과 2천4백 석의 발레전용 극장을 갖고 년 1백20회의 공연을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좌석들이 비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흔히 헝가리 발레는 「세 가지 조화」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러시아발레의 다이내믹한 힘, 영국발레의 기교, 덴마크 발레의 숙정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헝가리 국립발레단의 안무를 맡고있는 G 케베하지는 헝가리 국립발레학교를 졸업하고 스칼러십을 받아 레닌그라드의 명문 바가노바발레 학교에 유학한 야심만만한 예술가다.다른 발레리나도 여기에 발탁되려면 그 정도의 코스는 밟아야 한다.
헝가리는 비록 동구권의 나라이긴 하지만 여행자들은 벌써 공항에서부터 공기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유분방하고 부드러운 사회분위기는 공산국 만이 갖고 있는 음산한 긴장과 조심스러움이 없다.
그런 헝가리마저 한 시절 우리와는 먼 나라였다. 그 헝가리의 발레공연을 서울에서 편안히 앉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은 새삼 지구가 좁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그보다도 문화적인 벽이 무너진 것 같아 한결 마음이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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