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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서로 따라하고 감정도 공유…주인도 개를 닮아간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34)

독일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아인스 오피판티의 프로젝트 'THE DOG PEOPLE'의 일부. [사진 INES OPIFANTI 홈페이지]

독일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아인스 오피판티의 프로젝트 'THE DOG PEOPLE'의 일부. [사진 INES OPIFANTI 홈페이지]

부부는 닮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 있었다. 여러 쌍의 부부 사진을 찍어 섞어놓고 이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부부같이 보이는 사진을 찾도록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우연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부부를 알아맞혔다고 한다.

개와 개 주인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실험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10년 전 일본의 간사이학원대의 연구팀이 ‘반려동물과 인간의 비슷한 모습’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애견단체 행사장에서 40마리의 개와 주인 40명을 뽑아 얼굴 사진을 촬영한 후 개와 주인을 일치시켜 놓은 사진 20조와 다르게 하여 놓은 20조의 사진을 준비했다. 이를 학생 186명에게 보여준바 62%의 학생이 일치시켜 놓은 사진이 좋은 조합이라고 답변했다. 다른 그룹 187명의 학생도 66%가 일치시킨 조합을 좋은 조합으로 선택했다.

주인과 개의 모습을 살펴본 바로는 긴 머리의 여성은 귀가 늘어뜨린 개를 소유하고 짧은 머리의 여성은 귀가 쫑긋 서 있는 개를 소유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사람은 눈에 익은 것에 호감을 갖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과 많이 닮은 개를 반려견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영국의 한 연구팀도 36마리의 개와 그 주인의 사진을 찍은 후 이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개의 주인을 찾도록 한 결과 우연보다 높은 확률로 주인을 찾아냈다고 한다. 이 연구팀도 ‘사람들이 개를 선택할 때 자신과 닮은 개를 선호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아인스 오피판티가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일은 개와 개의 표정을 따라 하는 주인의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개의 주인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개의 표정을 완벽하게 모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다.

그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자신의 개와 비슷하게 닮아간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았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믿게 되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그가 찍은 개와 주인의 닮은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말 머리와 표정이 닮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점과 태도는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으나 반려동물의 역할은 공통점이 많다. 가족의 일원으로 친구가 되어주거나 사람을 도와주는 역할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소유하는 동물의 종이나 품종은 주인의 개성을 반영한다고 한다. 옷이나 장식품 가구 자동차 등을 선택할 때와 같이 개성을 표현하는 창구가 된다는 것이다. ‘주인이 개를 닮는다’는 말은 개성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맞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개는 주인의 감정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 때문에 주인의 성격을 닮는다. 주인은 반려견과 자신을 동일시해 생활습관을 개에게 적용한다. 이렇게 개와 주인은 닮아간다. [사진 pixabay]

개는 주인의 감정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 때문에 주인의 성격을 닮는다. 주인은 반려견과 자신을 동일시해 생활습관을 개에게 적용한다. 이렇게 개와 주인은 닮아간다. [사진 pixabay]

반려동물이 주인의 개성을 나타낸다는 몇 가지 예시가 있다. 이러한 ‘인간과 반려동물의 상호관계에 대한 연구’는 서구사회에서 많이 수행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관점이 많이 내포되어 있어 국내의 사정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개의 품종을 고르는데 있어서도 주인의 개성이 많이 반영된다고 한다. 이웃의 사람들이 기르는 보편적인 품종이 아니고 사나운 품종의 개를 선택하여 기르는 것은 사회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사나 독거미 전갈 등 진기하거나 위험한 동물을 키우는 것은 자신이 독립적이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개는 주인의 감정 상태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 때문에 주인의 성격을 닮는다고 한다. 주인은 반려견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 자기의 생활습관을 개에게 적용하려 한다. 이는 개가 주인을 닮는 과정이다.

주인은 개를 고를 때 자신의 얼굴과 닮은 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주인은 자신이 기르는 개의 표정을 모사하는 능력도 있다.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며 주인의 개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주인이 개를 닮아가는 원인이 된다.

주인과 개는 가족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개는 주인을 닮아가고 주인은 개를 닮아가는 상황이 생활 중에 지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개가 주인을 닮고 주인은 개를 닮는다는 말이 틀리기 어려운 이유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남식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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