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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비만이면 반려견도 비만…진짜 주인 닮는 걸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33)

'닮았다'란 말은 부모, 자식 간에 가장 많이 사용한다. 부부가 금실 좋게 오래 살면 서로 닮는다고도 한다. [사진 pixabay]

'닮았다'란 말은 부모, 자식 간에 가장 많이 사용한다. 부부가 금실 좋게 오래 살면 서로 닮는다고도 한다. [사진 pixabay]

사람이나 사물이 서로 비슷한 생김새나 성질을 지닐 때 ‘닮았다’라고 한다. ‘닮았다’란 말은 부모와 자식 간에 가장 많이 쓴다. 부부가 금실 좋게 오래 살면 서로 닮는다고도 한다. 개가 주인을 닮는다는 말도 오래전부터 속설로 들려왔으나 최근에는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심리학과 윌리엄 초픽교수 연구팀은 올해 주인과 반려견 상호 간의 성격 관계에 관한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연구는 1681마리의 반려견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성격평가를 진행하여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결과 외향적이고 긍정적이며 성실한 보호자의 개는 활동적이며 공포감이 적고 사람과 다른 동물에 대해 덜 공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개는 교육과 훈련에도 반응이 좋아 쉽게 적응했다. 반면에 부정적인 감정이 많은 보호자의 개는 두려움이 많고 활동성이 떨어지며 공격성이 좀 더 강하게 나타나고 훈련에 대한 반응도 낮았다. 남성보다 여성의 보호자가 반려견과 유대관계가 더 좋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보호자의 성격이 반려견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성격의 보호자는 반려견에게 좋은 품성을 만들어 주고 유대관계의 질도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연구팀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132명의 보호자와 반려견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측정하여 비교했다.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가진 보호자의 개는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높고 활력이 있으며 친근한 경향이었다. 불안하고 우울한 성격인 보호자의 반려견은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활력도 낮았다.

30년 임상경력의 영국 수의사 피터 웨더번은 많은 반려견과 주인을 접하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찾아냈다. 버릇 나쁜 개의 주인은 항상 버릇 나쁜 개만 길렀다. 반면에 착한 개의 주인은 새로운 강아지를 들여도 그 강아지는 착한 개로 자랐다. 웨더번은 강아지가 그렇게 되는 것은 주인 탓이라고 단정했다.

개는 주인의 감정 상태를 잘 알아채기 때문에 그에 맞게 행동한다. 보호자의 성격이 반려견으로 옮아가는 감정의 전파라는 현상도 있다. [사진 pixabay]

개는 주인의 감정 상태를 잘 알아채기 때문에 그에 맞게 행동한다. 보호자의 성격이 반려견으로 옮아가는 감정의 전파라는 현상도 있다. [사진 pixabay]

개는 주인의 감정 상태에 민감하고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주인의 감정 상태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한다. 정상적인 성격의 개도 신경이 과민한 주인을 만나면 성격이 예민하게 바뀔 수 있다. 부부싸움이나 불화가 잦은 가정의 개는 문제가 많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보호자의 성격이 반려견으로 옮아가는 감정의 전파(emotional contagion)현상으로 설명한다.

성격뿐만 아니라 외모도 닮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연구팀은 비만인 사람들은 반려견을 비만 상태로 키울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대부분의 주인은 반려견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비만이 되기 쉬운 생활 습관을 지닌 주인은 같은 습관을 개에게 적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비만인 주인은 열량이 높고 살찌기 쉬운 음식을 부담감 없이 먹을 가능성이 높다. 반려견에게도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을 비교적 쉽게 먹이게 된다. 비만인 사람들은 과다 섭취한 열량을 운동을 통해 소모해야 한다는 의식이 비교적 약하다. 반려견에게 열량이 높은 음식을 주고 나서도 운동을 시킬 필요를 덜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의 에든버러대학과 왕립수의대 공동 연구팀이 개와 고양이 130만 마리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과거보다 치매를 앓는 동물의 수가 늘었다고 한다. 개와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치매를 앓을 수 있다.

연구팀은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의 치매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주인의 나쁜 습관을 꼽고 있다. 연구팀은 주인의 운동 부족과 규칙적이지 않은 생활습관이 반려동물에게 비만과 치매 등의 건강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다. 주인이 움직이면 반려동물은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려동물의 성격과 체질을 결정하는 요인은 사람과 비슷하다. 유전적인 요소가 가장 크겠지만, 성장단계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반려동물의 환경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보호자다. ‘개는 주인을 닮는다’는 것은 속설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누군가는 내가 기르고 있는 개의 행동을 보고 내 성격을 평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신남식 서울대 명예교수·(주)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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