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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물어 다치게 한 ‘전과자’ 반려견, 안락사해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30)

연초부터 반려동물 안락사 문제가 화제다. 사람들의 신임을 얻던 동물보호단체의 안락사 문제가 불거졌고, 개 물림 사고가 잇달아 나면서 반려견 교육과 안락사 논쟁으로 이어졌다. (※이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중앙포토]

연초부터 반려동물 안락사 문제가 화제다. 사람들의 신임을 얻던 동물보호단체의 안락사 문제가 불거졌고, 개 물림 사고가 잇달아 나면서 반려견 교육과 안락사 논쟁으로 이어졌다. (※이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중앙포토]

올해는 반려동물에 관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며 논란을 부르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의 유력한 동물보호단체가 농장이나 투견장에서 학대받는 개를 구조한 후 수백 마리를 안락사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지금까지도 그 과정을 놓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폭스테리어 종의 개가 여자아이를 물어 크게 다치게 한 사고가 개의 안락사 문제로 번지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안락사 근거는 살처분

동물의 안락사는 단순한 것 같지만 때로는 복잡한 경우도 많다. 동물을 안락사하는 근거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의한 살처분이 대표적이다. 한 예로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가 국내에 전파돼 농장에 발생하면 발생농장과 일정 거리의 이웃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나 닭 등 대상 동물을 규정에 따라 살처분하도록 돼 있다. 광견병에 걸린 개도 살처분 대상이 된다. 이는 전염병의 예방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험동물은 본래의 이용목적에 따라 실험이 종료되거나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실험동물 전문 수의사의 자문을 통해 적절한 방법으로 안락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안락사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이를 시행할 때는 윤리적인 쟁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수의사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작년 경기도 포천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 의심이 확인되자 방역당국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는 모습.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발생농장과 일정 거리의 이웃농장의 가축을 규정에 따라 살처분한다. [중앙포토]

작년 경기도 포천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 의심이 확인되자 방역당국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는 모습.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발생농장과 일정 거리의 이웃농장의 가축을 규정에 따라 살처분한다. [중앙포토]

일반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안락사는 환자가 수의학적인 어떤 방법으로도 고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이미 환자가 고통스러운 상태이거나 잠깐 고통을 못 느끼도록 하는 것도 소용이 없는 경우, 보호자가 자발적이고 이성적으로 안락사를 결정할 수 있는 심리상태인 경우, 보호자가 동물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요구할 경우 등이다.

동물의 삶을 끝내는 ‘안락사’라는 말을 듣는 것은 안락사가 필요한 상황일지라도 보호자에게는 커다란 충격일 수 있다. 보호자는 동물이 처한 상태의 중대성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으며 안락사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보호자에게 안락사를 이야기하기 전에 동물의 상태와 예후를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이후 안락사의 선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 때 상의하게 된다. 보호자에게는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이기에 항상 신중해야 함이 기본이다.

폭스테리어가 어린아이를 물어 다치게 한 사고에 대해 훈련전문가와 개 주인 그리고 주변 사람의 논쟁은 옳고 그름을 떠나 아쉬운 점이 많다. ‘주인에게서 개를 뺏어야 하고 개는 안락사해야 한다’라는 주장과 ‘안락사는 절대 있을 수 없다’라는 대응은 너무 단편적이고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사고를 낸 폭스테리어는 이전에도 어린이를 물어 다치게 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인은 재발 방지를 위해 외출 시에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고 행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공격성을 없애는 등의 노력을 해야 했다. 훈련전문가는 주인에게 개를 빼앗는 것, 안락사와 특정 품종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회화 교육의 중요성과 주인의 책임을 강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켄넬 클럽 도그쇼에서 우승을 차지한 와이어 폭스테리어 '킹(King)'. 우승 여부는 성격, 골격, 털의 상태 등 전반을 평가해 결정한다. 지난 6월 한 폭스테리어가 여자아이를 물어 크게 다치게 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사람마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으로 성격이 각기 다르듯이 개도 마찬가지다. 보호자와의 유대관계 및 본래 기질에 따라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인다. [EPA=연합뉴스]

켄넬 클럽 도그쇼에서 우승을 차지한 와이어 폭스테리어 '킹(King)'. 우승 여부는 성격, 골격, 털의 상태 등 전반을 평가해 결정한다. 지난 6월 한 폭스테리어가 여자아이를 물어 크게 다치게 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사람마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으로 성격이 각기 다르듯이 개도 마찬가지다. 보호자와의 유대관계 및 본래 기질에 따라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인다. [EPA=연합뉴스]

개의 품종에 따라 일반적인 특징은 있으나 품종이 같다고 해서 기질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모든 개는 다르며, 같은 개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공격성이 있는 품종도 어릴 때부터 적절한 사회화 교육과 환경을 조성하면 부족함이 없는 반려견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과 소유자에게 전문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소유자의 의무와 책임 강화해야

이달 초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관계부처, 동물보호단체, 지자체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6대 분야 21개 과제를 선정했다. 첫째 분야가 동물소유자 인식개선이다. 세부과제에 반려견 및 소유자의 교육강화, 반려견 소유자의 안전관리 의무 강화가 앞에 나와 있다.

반려견의 공격성 평가방식과 절차, 수행기관 등 세부 방안과 동물 학대의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특히 ‘반려동물 행동교육 전문인력 육성 및 지원센터 건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동물 공약 중 하나기도 하다. 이러한 계획이 빈틈없이 수립되고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소유자가 책임과 의무를 철저히 인식하고 실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락사 논란도 정리될 것이며 동물문화 선진국으로서의 위상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신남식 서울대 명예교수·(주)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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