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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이어진 하천과 가까운 게 공통점…돼지열병 원인 미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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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4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자장리 마을 입구. 폐사율이 80~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이날 오전 네 번째로 확진 판정된 돼지 농장이 있는 마을이다. 지난 17일 파주에서 국내 처음으로 ASF가 확진된 이후 네 번째 발병이자, 1주일 만에 파주에서만 두 번째 확진이다.

해당 농장은 지난 23일 오후 6시 30분쯤 사육 중인 어미 200마리를 포함한 돼지 2300마리 가운데 어미돼지 3마리가 유산했다고 방역 당국에 ASF 의심 신고를 했다. 이 농장은 두 번째로 ASF가 발생한 연천 농가에서 6.9㎞ 떨어진 방역대 내에 있다. 임진강과 500여m, 북한과 10㎞ 정도 거리에 있다.

농장에서 500여 m 떨어진 마을 입구 왕복 2차로 도로는 막혀 있었다. 출입금지 라인을 설치한 경찰관이 방역복을 입은 채 차량과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 경찰관은 “마을 주민과 파주시청의 허락을 받은 사람과 차량 외에는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고, 축산 관련 차량도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변 도로와 도로변 곳곳에서는 방역초소가 설치돼 도로 위에 생석회를 뿌리고, 도로 바닥에서 차량이 지나는 도로 위로 연신 방역 약품을 내뿜고 있었다. 양돈 농가로 향하는 길목에도 통제초소와 거점소독시설이 설치돼 있고 외부 차량의 진입을 막고, 농장 입구와 주요 도로에는 생석회가 뿌려져 있었다.

“해외여행 안 했고, 잔반도 안 먹여”

농장에 머무는 돼지 농장주 김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소 방역을 철저히 해온 데다 돼지 사료로 잔반(남은 음식물)도 먹이지 않았다”며 “게다가 해외여행도 다녀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1명도 최근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데다 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은 태국 출신”이라며 “돼지열병 감염 경로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24일 오전 네 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자장리 돼지농장 앞 도로. 전익진 기자

24일 오전 네 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자장리 돼지농장 앞 도로. 전익진 기자

주변 지역 양돈농가들도 잇따른 ASF 발생에 좌불안석이었다. 적성면과 파평면과 인접 적성면 등 두 지역은 파주에서 돼지 사육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다. 두 지역에서 사육되는 돼지만 총 6만8000여 마리로 파주시 전체(11만1000여 마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파주시는 이 날 ASF 확진 판정이 나오자 해당 농가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과 발생 원인 파악을 위한 역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살처분은 구제역 등 다른 동물 전염병 때와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로 질식시킨 뒤 매몰처리 방식으로 이뤄진다. 농식품부는 의심 신고 직후부터 현장에 초동방역팀을 긴급 투입해 사람과 가축 및 차량에 대한 이동통제와 소독 등 긴급 방역 조처를 해왔다. 파주시는 지난 21일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초소를 55곳에서 70곳으로 확충했다.

북한에서 바이러스 전파됐을 가능성 커져

이런 가운데 ASF의 전파 경로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17, 18일과 24일 잇따라 발병한 파주와 연천 세 농장이 지난 5월 25일 처음 발병한 북한과 인접한 데다 북한과 이어진 하천과 가깝다는 공통점에 촉각이 모이고 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에서 떠내려온 야생 멧돼지 또는 분변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태풍이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하는 등 접경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 수의사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올 초부터 노동신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기사가 수차례 보도됐고, 북한 방역 당국이 이례적으로 국제기구에 발병 사실을 보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확산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5월 북한 ASF 발생이 확인된 이후 북측에 방역 협력을 제안했지만 특별한 응답을 받지 못했다.

파주=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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