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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돕는 日시민단체, 미쓰비시 징용 증거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3년째 일제 징용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일본인 지원단체의 대표가 일본 전범 기업의 징용을 입증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징용은 없었다'는 일본 아베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단체'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는 23일 공개한 미쓰비시 사보. '반도인 징용 1만2913명', '여자정신대 9465'명이라고 기록된 문구가 확인된다. [사진 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단체'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는 23일 공개한 미쓰비시 사보. '반도인 징용 1만2913명', '여자정신대 9465'명이라고 기록된 문구가 확인된다. [사진 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단체'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는 23일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쓰비시가 '반도인 징용 1만2913명'이라고 기록한 사보를 공개했다. 반도인은 조선인을 뜻한다.
다카하시 대표가 공개한 자료는 미쓰비시가 1982년 복간한 사보로 전체 계열사의 40년 역사가 기록됐다. 미쓰비시는 사보에서 1945년 8월 당시 총 34만7974명이 회사에 소속됐고 조선인을 '징용 1만2913명'과 '비징용 171명'이라고 기록했다. '여자정신대 9465'명이라고 기록된 문구도 확인된다.

23일 오후 광주시청 1층 시민소통실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을 지원해온 일본 시민단체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가 미쓰비시의 사보에 적힌 강제징용 증거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광주시청 1층 시민소통실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을 지원해온 일본 시민단체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가 미쓰비시의 사보에 적힌 강제징용 증거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아베 정부는 징용 피해자들에게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아베 정부는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이 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 등 4명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같은 해 11월 '징용공' 대신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표현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아베 내각은 징용 피해자를 징용공이 아닌 '노동자'라고 표현하면서 부정하지만, 미쓰비시가 발행한 사보에서 '반도인 징용자'라고 쓰여있다"고 했다.

1986년부터 징용 피해 자료 모은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 #미쓰비시 사보에서 '반도인 징용 1만2913명' 기록 찾아

미쓰비시도 징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는 "미쓰비시도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1999년 일본에서 첫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해 2018년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받을 때까지 '강제 노동은 없었다'는 일관된 주장을 했었다"고 했다.
징용 피해자들은 2008년 일본 대법원에서 패소했지만 2007년 5월 2심 격인 일본 나고야 고등재판소 판결에서 연행, 강제노동, 임금 미지급 사실을 인정받았다.
미쓰비시 측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결정된 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징용 피해자들은 손해배상 책임 대신 압류된 미쓰비시의 상표권과 특허권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다카하시 대표는 1986년부터 올해까지 33년째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힘써오고 있다. 2007년부터는 나고야 집에서 360㎞ 떨어진 도쿄까지 찾아가 미쓰비시 본사와 일본 외무성 앞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에게 보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다카하시 대표는 "징용 손해배상 대법원 판결 이후 아베 정부가 한국에 한 경제보복 대응이 일부 일본 시민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됐다"며 "근로정신대 징용 피해자를 돕는 저 같은 사람에게 강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고 일본 국내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나고야에서 일제 강제 징용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다카하시 마코토(77)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모임' 공동대표가 23일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한일 갈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일본 나고야에서 일제 강제 징용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다카하시 마코토(77)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모임' 공동대표가 23일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한일 갈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광주에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1) 할머니가 생존해 있다. 다카하시 대표가 광주에서 미쓰비시의 사보를 공개한 이유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과 인연 때문이다. 기자간담회가 열린 이 날은 광주시청에서 징용 피해자들을 돕던 일본인들의 약 30년간 기록을 담은 '나고야의 바보들' 상영회도 열렸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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