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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대한민국의 꿈 - 공기업 시리즈 ② 환경] 정부·지자체·시민의 노력으로 환경오염 크게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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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 전인 1980년대와 비교해서 대기와 수질 등 한국의 환경 질은 여러모로 개선됐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 앞으로도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서울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 등은 기후 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광장에 새겨진 ‘1.5℃’는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 로 묶어야 한다는 의미다. [뉴스1]

한 세대 전인 1980년대와 비교해서 대기와 수질 등 한국의 환경 질은 여러모로 개선됐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 앞으로도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서울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 등은 기후 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광장에 새겨진 ‘1.5℃’는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 로 묶어야 한다는 의미다. [뉴스1]

뿌옇다 못해 하늘을 누렇게 만든 아황산가스와 먼지, 주택가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강물로 흘러드는 오·폐수….
먼 개발도상국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모습이다.

환경문제 35년 전과 비교해보니 #1980년대 초 서울 미세먼지 현재의 두 배 #영등포 수질 BOD 9.4ppm서 1.5ppm으로 #매립지 조성, 종량제로 쓰레기 매립 감소

지난 1984년 당시 환경청이 발간했던 ‘환경보전’ 책자에 담긴 내용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아직도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폐기물 대란 등 심각한 부분도 있지만, 한 세대 전과 비교해보면 환경 분야에서 좋아진 것도 많다.

80년대 연탄 사용으로 아황산가스 농도 높아

83년 서울의 아황산가스 연평균 농도는 0.051ppm으로 당시 환경기준인 0.05ppm을 초과했다. 그나마 80년 0.094ppm에서 크게 개선된 수치다. 80년 겨울엔 서울의 아황산가스 농도가 0.161ppm으로 치솟아 눈과 목이 따가울 정도였다. 구로공단 등 공단지역에서 배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겨울철 난방과 취사를 위해 연탄을 사용한 탓이 컸다. 하지만 35년 후인 지난해 서울의 아황산가스 농도는 기준치인 0.02ppm보다 훨씬 낮은 0.004ppm이었고, 겨울철에도 0.005ppm을 유지했다.

80년대 초에는 먼지도 심각했다. 당시에는 총 부유분진(TSP), 즉 떠다니는 모든 먼지를 크기와 상관없이 측정했다. 서울의 경우 TSP 연평균치가 주거지역에서는 ㎥당 12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고, 상업지역은 229㎍/㎥, 공업지역은 263㎍/㎥였다. 상업·공업지역은 환경기준치 150㎍/㎥를 훨씬 초과했다.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40㎍/㎥, 초미세먼지 농도는 23㎍/㎥이었다. 일반적으로 TSP의 절반이 입자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인 미세먼지(PM10)이고, 또 미세먼지의 절반이 초미세먼지(PM2.5)라고 본다. 당시 서울 상업·공업지역에선 미세먼지가 100㎍/㎥ 이상, 초미세먼지가 50㎍/㎥ 이상으로 현재의 두 배를 웃도는 셈이다.

오·폐수에 무방비였던 하천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은 83년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5ppm으로 측정됐다. 지난해 수질이 1.2ppm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리 나쁘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팔당호 하류 서울 구간에서는 중랑천과 청계천 등에서 오염물질이 들어오면서 노량진 지점은 6.1ppm, 영등포는 9.4ppm으로 4~5급수 수준이었다. 당시는 한강 본류에서도 취수해 수돗물을 생산했는데, 고도정수처리가 필요한 수질이었지만 고도정수처리는 엄두도 못 냈다.

대구 금호강 오염 탓에 낙동강 고령지점의 BOD가 당시 11ppm(현재는 2.6ppm)이나 됐다. 영산강 광주 지점은 도시 오·폐수 탓에 BOD가 28.9ppm(현재는 3.1ppm)이나 됐다. 당시 전국의 하수도 보급률은 8%에 그쳤다. 90% 이상의 생활하수가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었다는 의미다.

생활 쓰레기 96.5%를 땅에 매립

82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하루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는 4만7800t였다. 이 중 96.5%인 4만144t은 그대로 매립됐고, 소각은 2.1%, 재활용은 1.4%에 불과했다. 산업폐기물도 82%인 하루 2만4000여t이 매립됐다. 당시에는 위생 매립의 개념도 별로 없었다. 빗물이 매립장 내부로 스며들어 그대로 침출수가 됐다. 서울 쓰레기를 매립하던 난지도 앞 한강에는 침출수가 흘러들었고, 매립지 악취는 한강 남쪽 양천구까지 넘나들었다.

쓰레기 문제는 90년대 초 폭발 직전에 이르렀지만, 92년 인천 수도권 매립지가 조성되고 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덕분에 가닥이 잡혔다. 환경부는 2017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하루 5만3490t의 생활 쓰레기(가정 쓰레기와 사업장 생활계 쓰레기)가 배출됐고, 매립된 것은 13.5%인 7240t이었다. 대신 소각이 24.9%, 재활용이 61.6%로 높아졌다.

아직 노력해야 할 곳도 많아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과 투자, 시민들의 인식 개선 덕분에 국내 환경오염이 크게 개선됐으나, 앞으로도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고 지적한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청정연료 보급이나 오염 방지 장치 확충 등 많은 투자를 통해 아황산가스나 먼지 등 1차 대기오염은 크게 줄었으나, 이제는 2차 대기오염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공기 중에서 반응해 2차로 생성되는 오존이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심재곤 환경인 포럼 회장(전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은 “최근의 폐기물 대란은 30%로 잡았던 소각 비율이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중앙 정부가 지자체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서 폐기물 처리 기반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은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소나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돈과 기술 외에도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고나 오염측정치 조작 등을 막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이 독립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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