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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하는 태풍 ‘타파’ 돼지열병 확산 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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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호 01면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지 4일째가 되는 20일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돼지열병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이날 이 지역에서 ASF에 대한 추가 의심신고 두 건이 접수됐다. 의심신고가 접수된 농가에서는 3마리가 폐사했다.

비 많이 오면 침출수 유출 우려 #발생 농장 다녀온 차 507곳 출입 #잠복기간 4~19일 앞으로 3주 고비 #파주 돼지 농장 2곳 추가 의심신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과 파평면 농장에서 돼지 3마리가 폐사해 농장주가 각각 이날 7시 20분과 8시 40분 신고했다. 적성면 농장은 3000여 마리를, 파평면 농장은 42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두 농장 모두 2차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군 농가에서 각각 8㎞와 7㎞ 떨어져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방역 당국은 확진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해당 농가가 기존에 ASF 확진 판정이 내려진 농가 간 역학관계가 있는지 등 정밀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뚜렷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진강을 통해 멧돼지 사체나 분뇨 등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전(前) 북한 평안도농촌경영위원회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8월 초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접경지대에 많은 비가 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진강을 매개로 한 유입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농장들의 축산용수 이용 실태 등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ASF가 확진된 파주 농장은 임진강과 인접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직선거리로 5.2㎞ 떨어져 있다. 연천 발생 농장도 임진강에서 2㎞ 떨어져 있다. 연천 농장은 북한과 이어진 사미천과는 약 1㎞ 거리에 있다. 사미천을 따라 4㎞만 상류로 올라가면 비무장지대(DMZ)가 나타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에 신고된 파주시 파평면과 적성면 농장도 임진강과 10㎞ 이내 거리에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로 북상 중인 태풍 ‘타파’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태풍이 많은 비를 뿌릴 경우, 발생 지역 인근 하천 수위가 높아지거나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SF 방역에 태풍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별도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ASF가 확진될 경우 농가를 출입한 차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농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SF가 확진된 파주·연천 농장을 다녀온 차량이 방문한 곳은 전국에서 총 507곳이다. 두 농가 간 직접적 역학관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ASF 잠복기가 4~19일임을 고려하면 향후 3주간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현장 방역 조치가 안이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극도의 긴장감을 갖고 지속적인 방역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까지 파주·연천 발병 농장 등에서 돼지 1만372마리가 살처분됐다. 연천 발생 농장 반경 3㎞ 내 농장 3곳 가운데 두 곳은 살처분이 끝났고, 한 곳도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심각성을 고려해 살처분 범위를 매뉴얼의 500m에서 3㎞로 늘렸다. 일부 농장주는 이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허정원 기자, 파주=전익진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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