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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거나 노부부만 살거나…2047년엔 1·2인 가구 7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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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47년이면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72.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독거노인이 늘고 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인 이른바 ‘딩크족’이 확산하는 여파로 분석된다.

2027년부터 1인 가구 33% 1위 #비혼자·고령자 가구 크게 늘어 #저출산·고령화에 잠재성장률 비상

18일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7~2047년 장래가구특별추계’를 발표했다. 추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7년 558만 3000가구(28.5%)에서 2047년 832만 가구(37.3%)로 늘어난다. 8년 후인 2027년부터 전체 가구 유형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32.9%로 가장 많아진다. 2017년 평균 가구원 수는 2.48명이었지만 점차 감소해 2047년이 되면 2.03명까지 떨어진다.

2047년이면 1·2인가구 72.3%.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47년이면 1·2인가구 72.3%.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 증가다. 가구주 연령을 살펴보면 1인 가구 중 70대 이상인 가구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7년에는 1인 가구 중 가구주가 30대 이하인 비중이 35.6%(198만8000가구)로 가장 높았지만, 2047년이 되면 가구주가 70대 이상인 가구가 40.5%(337만 2000가구)로 역전된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20년 베이비붐 세대가 65세로 진입하면서 고령 가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황혼 이혼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30년 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가 2017년보다 2.8배 많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높은 주택가격 등으로 인해 결혼 여건이 어려워지며 비혼과 만혼이 늘어나는 것도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으로 꼽혔다. 2017년 가구주의 혼인 상태를 보면 배우자가 있는 가구는 1221만4000가구로 전체의 62.4%였지만 2047년에는 47.8%로 14.6%포인트 떨어진다. 반면 미혼은 같은 기간 16.9%에서 26%로 약 10%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합계 출산율 0.98명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저출산 기조가 향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결혼 자체를 포기하거나, 결혼했다고 해도 육아 부담으로 1·2인 가구가 많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5~39세 인구 65.8%가 높은 결혼비용 때문에 결혼을 망설였다고 응답했다.

결혼은 했지만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독립해 노부부만 남는 등의 ‘부부가구’는 2017년 15.8%에서 2047년 21.5%(479만4000가구)까지 늘어난다. 가구 유형별로 보면 1인 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반면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31.4%(615만 가구)에서 16.3%(363만 8000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2047년이 되면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72.3%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산율이 낮아지고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도 크게 위협받게 된다”며 “부부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 등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 연평균 2.2%로 떨어진 뒤 2030년에는 1.9%, 2040년에는 1.5%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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