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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디스플레이 마지막 보루 OLED, 삼성·LG에게 남은 시간은 3년

중앙일보

입력

중국발 거센 모래바람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덮치고 있다. 먼저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린 삼성과 LG 디스플레이가 사업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LCD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은 아직 놓치지 않고 있지만 채 3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란 경고가 잇따른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2000년대 중반 일본을 꺾고 지켜온 한국의 독주가 심각한 위협에 처한 것이다.

① 중, 정부 지원 업고 20% 싸게 LCD 잠식  

중국 기업 10여개가 LCD 생산 라인 신설에 나선 건 수년 전이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양산 체제에 돌입하며 저가 공세를 본격화했다. 김세원 산업리서치센터 연구원은 "LCD 시장은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이 물량을 쏟아내며 공급 과잉이 돼 치킨게임이 불붙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업체는 저가 경쟁서 밀리며 적자 전환했고, 급기야 LCD를 포기하고 OLED로 사업 재편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OE의 10.5세대 LCD 공장 건설 과정

BOE의 10.5세대 LCD 공장 건설 과정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는 든든한 당국의 지원이라는 배경이 있다. 중국은 2014년께부터 디스플레이를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지난해 LCD 분야의 세계 1위에 오른 BOE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BOE의 중국 안후이 성 B9(10.5세대) 허페이 공장 신설 과정은 중국 당국의 지원 사례가 그대로 드러난다. BOE는 이 공장에 600억 위안(약 10조원)을 들였지만, 자체 조달한 비용은 5% 정도에 불과하다. 50%는 지방정부가 공공펀드를 발행해서, 40%는 국책 은행이 대출을 통해 지원했다. 그 결과 국내 기업보다 20% 정도 싼 가격에 LCD를 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한 해 약 130조원 규모다. 연간 각각 약 2억대와 15억대가 팔리는 TV와 스마트폰이 가장 큰 수요처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이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TV뿐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며 디스플레이 시장 자체가 정체 상태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공세까지 더해져 악재가 겹친 셈이다.

② OLED, 중국 소형부터 따라올 채비 

삼성과 LG 디스플레이는 주력 사업을 LCD에서 OLED 쪽으로 급속히 전환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9인치 이하인 스마트폰용, LG전자는 대형인 TV용이 주력이다. 먼저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스마트폰용 OLED 시장(점유율 93.5%)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TV용 대형 OLED의 글로벌 독점 사업자다. 특히 당장은 중국은 물론 일본 등에서도 경쟁자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3년쯤 뒤인 2021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LCD 성공 전략을 중소형 OLED에도 적용해 빠른 속도로 추격 중"이라며 "약 3년 뒤부터는 LCD 시장에서 벌어졌던 치킨 게임이 OLED 시장에서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BOE는 이미 중소형 OLED 1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2개의 공장을 추가 건설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 지형이 변화 중인 것도 위협 요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3억대 판매가 무너졌고, 애플의 아이폰도 판매량 2위서 3위로 추락했다. 그 대신 중국 화웨이와 오포 등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맞춰 중국산 소형 OLED의 판매 역시 증가 추세다.

대형 TV용 OLED는 당분간 경쟁력을 유지해도 스마트폰용 OLED의 경쟁력은 3년을 담보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 역시 "2021년 중국의 플렉서블 OLED 생산능력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 능력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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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차세대 기술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만이 살길  

한국이 일본을 누르고 디스플레이 최강자에 오른 건 2004년께다. 그 이전까지는 1990년 1세대 LCD를 양산한 샤프 등이 포진한 일본이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한국은 2004년 처음 42인치 LCD TV를, 2005년에는 OLED TV를 내놓으며 일본을 앞질렀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정부가 디스플레이를 선도기술개발사업(G7)으로 지정해 대규모 R&D 자금을 지원했고 기업은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로 기술을 개발한 결과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추격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OLE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잉크젯 OLED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게 현재 재료인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꾼 OLED ▶반도체 공정기술을 적용해 크기를 다양화할 수 있는 마이크로 LED 등이 거론된다.

현재 삼성은 OLED에 터치센서 내재화, LG는 자동차용 등으로 사업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 노력 중이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거세다. 기술 분기점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뭘 선택해 투자를 쏟아부을지 전략이 아직 없는 게 더 큰 위기라는 지적도 있다.

유재수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은  "OLED는 현재는 우리가 우위에 있지만, 2~3년 이내에 중국에 추격당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에 더 신속하게 투자해 시장을 장악했다가 중국 업체가 추격하기 전 다음 세대로 달아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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