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역시 투자 귀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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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金正泰.59.사진) 전 국민은행장이 올 초 국민은행 주식 50만주에 대한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모두 행사해 109억원의 대박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시점은 종합주가지수가 1400선을 웃돌던 시기여서 그가 '주식투자의 귀재'임이 또 한번 입증됐다고 조선일보가 18일 보도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김 전 행장은 국민.주택 통합은행장 취임 직후인 2001년 11월 국민은행 주식 50만주를 주당 5만1200원에 매입해 되팔 수 있는 권리(스톡옵션)를 받았다.

은행에서 부여한 스톡옵션 행사기간은 그가 은행장을 그만 둔 2004년 1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였다. 김 전 행장은 그러나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올해 1월 9일 19만4623주를 당초 부여받은 가격(주당 5만1200원)에 매입해 주당 7만5300원에 되팔아 46억9100만원의 차익을 올렸다. 이어 열흘 뒤인 1월 19일 나머지 30여만주에 대해서도 스톡옵션을 행사, 62억6600만원의 차익을 거둠으로써 열흘 남짓한 기간에 총 109억5700만원을 벌었다. 김 전 행장이 주식을 사고 판 시점은 종합주가지수가 1400을 오르내리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즈음이었다.

3년 넘게 행사기간이 남았는데도 스톡옵션 모두를 처분한 이유에 대해 김 전 행장은 "그냥 행사할 시점이 됐다는 감이 와 팔았다"고만 밝혔다.

김 전 행장은 첫 번째 스톡옵션을 행사한 이후인 지난 1월 17일 기자들과 만났을 때, "(증시가) 미친 것 아니냐?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주가가 폭락해) 올해 한번 크게 혼날 것 같다고 하더라" 라고 말했었다. 당시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라 있어 스톡옵션 행사 시점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는 2002년 8월에도 옛 주택은행장 시절 받은 스톡옵션을 통해 110억원대의 차익을 남겨 이 중 67억원을 사회복지단체 등에 기부했었다.

김 전 행장은 이번에 얻은 100억원대 차익에 대해선 "(돈을 어디에 쓸지) 이것 저것 생각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행장은 2004년 10월 국민은행장 직을 그만 둔 뒤 서강대 경영대 초빙교수로 금융시장론을 강의하고 있다.

또 작년 5월부터는 한국금융지주 사외이사로도 활동 중이며, 올해 1월부터는 서남해안 지역 발전 모델을 모색하는 민간 모임인 '서남해안 포럼' 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다.

김 전 행장은 한국금융지주 사외이사 급여도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아 이미 적지 않은 평가차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민은행장 재직 시절 미국 9.11사태가 터져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은행 돈으로 1조원대의 주식투자를 감행해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은행에 안겨주기도 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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