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6일 '전시동원령' 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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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시동원령에 따라 휴가 중이거나 영외에 머물던 군인들이 모두 부대로 복귀해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갔다"며 "북한 군부대에선 차량과 전투장비를 위장하는 등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대해선 장례식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한 모든 왕래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군 지휘망과 주민조직의 내부 유선통신망을 통해 비공개리에 명령을 전파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다고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정 대변인은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선 유엔 안보리 결의문 채택 이후 상황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안다"며 "정부의 입장은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는 북한이 16일 발령한 전시동원태세에 대해서도 정부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추진과 관련해 "여러 가지 외교적 해결 방안 중 하나로 (5자회담이) 검토되고 있다"며 "다만 5자회담은 6자회담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박승희.이영종 기자

[뉴스 분석] 북 전역 주민이동 통제
군 영내 대기 등 분주

1993년엔 '준전시' 선포
수위 더 높일지 주목

김정일 국방위원장 겸 최고사령관이 유엔 안보리의 미사일 대북제재와 관련해 군과 주민들을 향한 고삐를 바짝 당겼다. 국방위원장 명령으로 내려진 전시동원령은 유엔의 대북 결의가 나오기 4시간 전에 이뤄졌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체제 내부 결속을 위한 전시동원령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준전시상태를 공개 선포하고 대외적인 압박 수위를 높였던 1차 핵위기 때인 1993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전시동원령은 전시상태 돌입을 위한 예비단계의 비상동원령이다. 준전시상태 등이 군을 대상으로 최고사령관 명령에 의해 이뤄지는 데 비해 전시동원령은 주민들도 포함된다. 정부는 18일 오후 이런 첩보를 입수하고 확인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북한 전역에서는 국가동원총국 관장 아래 주민 이동이 통제되고 군이 전투식량을 긴급 조달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또 노농적위대와 붉은청년근위대 같은 민간 군사조직이 동원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응해 떠들썩한 반미집회를 갖는 대신 실질적인 내부 긴장태세를 택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방 진지배치 같은 전쟁 임박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문제는 북한이 긴장 수위를 어디까지 높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엔 제재에 북한이 강력 반발한 데다, 군부는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준전시상태 돌입이나 유엔 탈퇴 같은 강도 높은 위협카드를 들고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과 냉랭한 관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이 북한의 극단적 행동에 제동을 걸기 어려운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도 지난주 남북장관급회담 결렬 이후 대북 설득 채널이 공백상태여서 고심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를 전후해 대북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면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군사작전적 측면에서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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