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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서 축구장 들어가려다 체포된 여성 재판 앞두고 분신 사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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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경기를 보러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체포된 이란 여성이 재판을 앞두고 분신해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고 샤파그나 통신 등 이란 현지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여성이 사망하면서 이란 당국이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하르 호다야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올라온 트위터. [트위터 캡처]

사하르 호다야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올라온 트위터. [트위터 캡처]

사하르 호다야리라는 이름의 29세 여성은 지난 3월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 프로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 경기장에 입장하려 했으나 출입문에서 경찰에 적발돼 구속됐다. 이란은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금지한다.

호다야리는 지난주 재판을 앞두고 징역 6개월의 실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지난 1일 법원 밖에서 스스로 몸에 붙을 붙였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9일 끝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호다야리는 이란 명문 축구클럽 ‘에스테그랄’의 열성 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블루 걸’(파란색은 에스테그랄의 상징색)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SNS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별명을 딴 ‘#Bluegirl’ 해시태그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AS로마도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상징색은 황색과 적색이지만 오늘만은 호다야리를 위해 심장에서 파란 피가 흐른다. 이란에 있는 모두가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블루 걸의 명복을 빈다”며 호다야리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란 당국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여성의 축구경기 관전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측은 호다야리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이란은 경기장에 입장하려는 여성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우리는 이 차별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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