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줄이되, 강도는 세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도끼 자루를 휘두르듯, 조자룡의 헌 칼 쓰듯(아깝게 여기지 않고 마구 쓴다는 뜻) 세무조사를 하지는 않겠다."

18일 취임한 전군표(사진) 국세청장은 "세무조사 건수를 줄이겠지만 강도는 세게 하겠다"고 말했다. 성실신고에 대한 옥석을 가려 그에 상응하게 차별적으로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전 청장은 "원래 세무조사라는 게 잘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마찰을 일으킨다"며 "앞으로 세무조사는 최대한 줄여 마찰 없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무조사에 앞서 서로 공부하고 연구한 뒤 상대를 설복시키면 마찰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불성실 납세자에 대해서는 벌칙을 강하게 해 굉장히 부담스러운 세무조사가 되도록 하겠다"며 "성실신고가 최상의 절세 방안이 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장 후보로 임명된 뒤 '따뜻한 세정'을 내세운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도 "기계적이고 냉혹한 법 집행으로 세금을 걷기만 하고 부조리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며 정치적 중립마저 의심받던 과거의 권력기관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원들에겐 "납세자에게 고압적 자세를 보이거나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낡은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납세자의 47%가 세금을 내지 못하는 과세미달자"라며 "조세정의 차원에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조세 당국이 어떤 배려를 할 수 있는지를 모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