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파문’에도 한국당 지지율 제자리걸음 왜?

중앙일보

입력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9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조집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9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조집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조국 파문’에도 답보 상태다. 논란의 발화점인 조국 법무부 장관 딸(28)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사실은 지난달 20일 처음 보도됐다. 이후 추가 의혹이 쏟아지고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며, 정부·여당은 궁지에 몰렸다. 이런 상황이 보름 이상 지속됐는데도 제1야당이 정치적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29.2%로 일주일 전(29.1%)과 비슷한 수준이다. 7월 이후 한국당 지지율은 28~29% 박스권을 계속 맴도는 형국이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41.5%에서 38.6%가 됐는데, 이를 거의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리얼미터 제공]

[리얼미터 제공]

[한국갤럽 제공]

[한국갤럽 제공]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한국당 지지율이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조국 파문 이전인 8월 둘째 주 18%였던 한국당 지지율은 9월 들어 23%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무당(無黨)층 감소분(26%→21%)을 흡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역시 25%를 기록한 지난 5월 둘째 주 조사 결과보다 낮은 수치다. 한국당이 상승세를 탔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현 정국에도 한국당 지지율이 횡보하는 걸 두고 정치권에서는 “제1야당의 존재감이 약했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하루짜리 인사청문회에 합의한 직후에는 “굴욕적·백기투항식 청문회에 합의했다”(장제원)는 비판이 나왔다. 막상 열린 청문회는 ‘맹탕’ 오명을 썼다. 청문회가 열린 6일 한국당 게시판에는 “잘 좀 합시다. 제발”, “무능한 지도부” 등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던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언론이 집요하게 추적해 전례 없이 많은 의혹이 나왔는데, 청문회장에서 우리 의원들의 화력이 아쉽다”고 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요구한 자료제출이 아니라며 조 후보자 가족관계증명서 복사본을 찢어버리고 있다. [뉴스1]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요구한 자료제출이 아니라며 조 후보자 가족관계증명서 복사본을 찢어버리고 있다. [뉴스1]

검찰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정국을 주도하지 못해 비판 받은 한국당과 달리, 검찰은 수십여 곳을 동시 압수수색,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 등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국을 주도하기는커녕 이슈를 쫓아가기도 버거워 보였다. 답답하다”고 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장관을 임명하면서 여야 대치 정국이 본격화 한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호의적 시선은 아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이날 조 장관 임명 직후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대국민 전면전을 선언했으니 이제는 죽기 살기로 덤벼서 이기는 수밖에 없다”며 “야당도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이 기회에도 무릎을 못 꿀리면 당신들도 다시는 기회가 없다”고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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