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조국 수사 무력화는 반개혁 반민주 행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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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들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 주변을 수사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검찰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을 임명하기 2시간 전쯤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와 펀드 투자 업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첫 신병 확보에 나섰다.

수사에 속도는 붙고 있지만 조 장관 취임으로 검찰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후보자 가족이 수사받는 와중에도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한 것 자체로 수사 검사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임명권자의 의중을 못 읽고 인사에서 물먹은 검사가 적지 않았고, 이번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권은 수사 초기부터 검찰에 조직적인 압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달 압수수색을 시작하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나라를 어지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검찰이) 정치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거들었다. “미친 늑대가 날뛴다”는 청와대 참모의 비판 등 여권의 발언은 외압을 넘어 해외에서는 엄벌하는 사법방해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어제 장관 임명 배경을 설명하면서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되고 일부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엄정한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장관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며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검찰 안팎의 ‘수사 무력화’ 시도는 반개혁·반민주 행위다.

검찰은 문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해야 할 일’에 매진해야 한다. 검찰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는 신념으로 한 점 의혹을 남겨서는 안 된다. 사모 펀드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 장관의 가족과 본인은 물론 여권 관계자들의 연루 의혹까지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마땅하다. 조 장관도 “가족 수사는 일절 보고받지 않고 지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온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