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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장관 자격 없다는 제자들 앞에 또 휴직원 낸 조국의 몰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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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조국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지난 9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휴직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년2개월 동안 교수직을 비우고 지난달 1일 복직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휴직한다는 것이다. 그 사이 800여만원의 한 달치 월급도 받았다. 서울대 규정상 임명직 공무원으로 가는 교수의 휴직은 횟수나 기간에 제한이 없어 이번 휴직도 무난히 승인될 전망이다.

장관 지명 전 복직했다가 다시 휴직 #“법무장관 소명” 강조 취임사와 괴리 #교수 ‘안전장치’ 삼지 말고 사퇴해야

조 장관의 합법적인 결정은 그러나 서울대 학생과 대학사회를 다시 한번 무력감에 빠지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조 장관과 그 가족의 불공정에 분노하며 “법무부 장관 자격 없다” “법학 교수도 사퇴하라”고 촛불을 들었던 이들은 그가 왜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이름을 올렸는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우선 조 장관은 민정수석 때부터 폴리페서 ‘내로남불’ 논란을 넘어서지 못했다. 과거엔 “교수가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에도 지켜야 할 금도는 있다”고 학사행정 공백을 비판하다가 민정수석을 마치고 복직하면서는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 참여)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다. 과거 다른 임명직 공무원의 휴직도 많았다”고 말을 바꿨다.

장관 청문회 직전 기자간담회에서는 몸을 한껏 낮췄다. “법적 제한이 없다 하더라도 장기간 휴직하게 되면 학생들의 수업권에 일정한 제약을 준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저를 둘러싼 논란이 종료되고 난 뒤에 정부, 학교와 상의해 수업권의 과도한 침해가 있지 않도록 하는 문제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장관에 임명되면 교수직엔 미련이 없다는 뉘앙스였다. 휴직 의사를 밝힌 날 법무부 장관 취임사에서는 “(검찰 개혁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지금 안 하면 언제 될지 모르는 일이어서,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 앞에서 약속드리고자 한다. 법무부 장관, 오직 소명으로 일하겠다”고 했다. 장관 지명이 예고된 상태로 대학에 복직하고, 임명장을 받고도 휴직 의사를 밝힌 행동이 과연 ‘소명’을 대하는 태도인가.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라면 참 염치(廉恥)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장관 적격성을 놓고 해소되지 않은 의혹은 그의 ‘언행 불일치’를 더욱 개탄스럽게 한다. 어제도 조 장관 자녀 관련 의혹이 추가됐다. 청문회에서는 선친이 출생 신고를 했다고 했는데 출생 신고서의 신청인은 ‘부’라고 기재된 사실이 드러나 위증 논란이 일었다. 아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경력 위조 의혹은 야당의 고발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또 검찰은 조 장관 가족의 웅동학원 채권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조 장관 동생 전처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고, 조 후보자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해 투자사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혹시라도 까도 까도 이어지는 의혹과 수사에 대비해 서울대 교수직을 ‘안전장치’ 삼은 게 아니길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주어진 소명을 위해 당장 사직서를 내는 게 공직자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