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가술술] 단어 하나보다 문장 맥락을 익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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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성보다 맥락중심으로

miss란 단어는 '그리워하다' 및 '~양'이란 의미와 더불어 '미스코리아' '미스아메리카'와 같은 용법으로 쓰인다. 이러한 의미는 물론 문장 속에서 정해진다. 또 "How wrong does it take to finish it?"(그걸 끝내는 데 얼마나 걸리니?)란 문장을 듣는 사람은 문맥으로 보아 wrong이 long의 잘못된 발음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통하지 않으니까. long을 wrong으로 잘못 발음해도 전체 문장의 맥락에 의해 그 의미가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소용없다는 것이다. 자세한 문법 설명 보다는 어구 단위, 문장 단위로 학습하는 것이 좋다. 읽기뿐 아니라 말하기, 듣기에서도 (chunk라고 하는) 덩어리 단위로 학습하도록 해보라. "When did you do it?"(그걸 언제 했니?)란 물음에 "Morning"보다는 "In the morning"이란 대답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알아야 하나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략 8만 단어 정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생후부터 계산하면 하루에 약 13개를 습득하는 셈이다. 이렇게 몇 천, 몇 만 단어를 암기하면 원어민처럼 영어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book의 의미가 '책'이 될지, '예약하다'가 될지는 문장 속에서만 결정된다. 영어책 읽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초등생이 단어부터 시작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초공사일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책들은 종종 'desk'는 '책상'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영미권에서 나오는 학습서에는 'a desk'로 나온다. 사전적 소개가 아니라 실제 쓰이는 모습을 중시한다는 말이다. 영어책 읽기는 여러 권을 읽는 방법과, 특정한 책을 반복하여 여러 번 읽는 방법을 겸용하는 것이 좋다.

문장을 통째로 암기할 수 있어야 이해력 증진에도 도움이 되지만 영어회화를 잘 할 수 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전을 찾는 것보다는 일단 전체를 읽으면서 단어의 의미를 추측한다. 매일 오디오북을 듣고, 초등생 본인이 읽는 것을 녹음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치 영어실력은 있는데 회화만 약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오해다. 기본 어휘와 문장이 부족한 것이다.

◆ 리듬이 중요하다

한국어와 달리 영어는 강세 중심(stress-timed) 언어다. present는 강세에 따라 '선물'과 '출석한'이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옹알이를 갓 지난 아이도 강세와 어조에 따라 의미를 구별한다고 한다. 한 살 된 아이도 앞에 강세가 있는 "Uh-oh"는 부정적 반응을, 뒤에 강세가 있는 "Oh-oh"는 긍정적 반응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다. 발음이 아니라 강세에 의해서. "Are you okay?"에서처럼 끝을 올려 읽으면 아이는 비록 그 문장의 정확한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도 그것을 의문문으로 해석한다. 초등생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발음도 중요하지만 문장의 전체적인 리듬과 강세를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터넷 영어학습사이트의 다양한 오디오 자료를 이용하라. 당연하지만, 눈으로 하는 공부로는 리듬을 익힐 수 없다.

장영준 중앙대 영문과 교수.'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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