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마찰 왜 또 시끄럽나-미 온갖것 다 들춰내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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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미간 통상마찰이 끊임없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이 미 종합무역법 슈퍼301조가 규정하는 우선협상대상국 지정을 모면했다고 해서 홀가분해 하던 분위기도 잠깐이고 한동안 조용한듯 하던 통상마찰문제가 다시 시끄러워지고 있다. 8월말부터 불이 댕거진 양국통상협상은 9월 들어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더욱 열을 뿜을 전망이다.
공교롭게 노태우 대통령 방미와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일치하고있어 미국이 정상회담에 코를 꿰어 한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꼴어 내려는 협상계략이 북경에 깔려있지 않느냐는 의혹도 사고있다.
미국의 대한통상압력은 일시적인게 아니다. 내년 우선협상국지정에 미국은 한국을 포함시킬 고려를 할 수 있고 우루과이 라운드초점 협상이 본격화되는 내년까지 최대한의 대외통상압력수단을 가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쟁점과 협상현황은 다음과 같다.
◇통신협상=지난 2월 미국은 한국과 EC를 통신분야 불공정관행국으로 지정하면서 1년내 한국과 협상으로 이를 타결할 것을 촉구한바 있다. 오는 6일과7일 서울에서 열리는 회담이 그 협상의 일환이다. 주 쟁점은 한국의 통신서비스시장 개방시기다. 미측은 91년1월까지 국내서비스를, 91년7월 국제서비스의 개방을 요구하고 한국측은 국내사비스는 92년1월, 국제서비스는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쇠고기협상=미국정부는 오는 28일까지 한국쇠고기시장의 불공정성 존재여부, 즉 폐쇄여부를 판정한다. 미 업계가 청원한데 따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심판을 내린다. 불공정으로 판정되면 보복조치가 시행될 수도 있다.
쇠고기협상에 있어 미측 요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유화 시간표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한국은 국내정세의 민감성 때문에 농촌을 자극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한국축산업의 영세성 등 때문에 쿼타제로 계속 수임물량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고 자유화시기제시를 거부했다. 지난8월 워싱턴에서 열린 양국협상도 개미 쳇바퀴도는 식으로 헛돌다 끝났다.
◇지적소유권문제=지난 5월 슈퍼301소동때 미국은 한국 등 8개국을 지적소유권분야의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 금년11월1일까지 우선협상대상국지정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서울에서도 회담이 열렸고 오는 6일 워싱턴에서도 열리고 10월에도 또 협상할 것이다.
한국이 법령 등 제도적 보호조치는 마쳤지만 서적 등 무단복제의 근절을 위한 실질적 정부조치가 미흡하다는게 미측 불만이다. 저작권 뿐 아니라 위조상품 등 특허권·상표권 저해도 개선이 미비하다고 주장한다.
◇전략물자 및 기술보호협정(코콤)=한국은 협정체결당사국은 아니라도 한미양해각서교환(87년)으로 지난5월부터 코콤 관련국이며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에서 양국실무자회의가 열린 것이다.
한국과 같은 비코콤회원국을 통해 서방전략상품 및 기술이 공산권에 넘어가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는게 미국의 요구다. 특히 급속한 기술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철강자율규제협상=대미수출국이 자율적으로 미국에 대한철강판매를 제한하는 형식을 빌린 소위 철강 자율규제협상이9월말로 시효가 끝난다. 이에 대비, 부시 미 대통령은 동보호주의 조치를 2년반동안 연장하겠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미국이 철강수출국과 협정을 다시 맺어야하는 것이다. 8월 1차 서울회담에 이어 이번 4, 5일 워싱턴에서 2차 회담이 열린다. 미국은 차제에 한국의 대미 철강수출 쿼타 물량협상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섬유협상=한미 섬유협정도 금년말 끝나게 돼있어 연장문제가 연초부터 열려 이달 27, 28일 워싱턴에서 3차 회담이 개최된다. 한국은 원화절상·임금상승에 의한 업계경쟁력 저하를 만회케 하려고 면 쿼타 증량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한국이 88년 중 섬유쿼타의 88%밖에 수출하지 않았으니 그만큼의 미소진 쿼타는 깎겠다고 하고 있다.
◇조선=지난 6월 미 업계가 일·서독·노르웨이와 함께 한국을 불공정 무역관행국으로 규정, 미 정부보복을 청원했으나 USTR는 이를 보류하면서 당사국과의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다짐했다. 지난달말 미 국무성관계 관·업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실태파악을 한바 있다.
◇세관회의=미 무역법규집행의 말초신경역할을 수행하겠다는 태세인 미 세관당국이 오는 6, 7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관세청장회의에서 불법통관 등 통상 마찰적 문제들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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