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삐걱대는데 북ㆍ중은 밀착 과시 “우리는 같은 배 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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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평양을 방문한 중국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요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ㆍ미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등으로 삐걱대는 사이 북ㆍ중은 밀착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건국 70주년 기념일(10월 1일) 등에 맞춰 김 위원장의 중국 답방이 '9월 말 10월 초' 방중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평양 찾은 왕이 외교부장, 이용호와 회담 #"시진핑·김정은 합의 가능한 빨리 이행" #김정은 '9말 10초' 중국 답방 관측 나와 #'새로운 길' 시한 맞춰 북·중 밀월 과시

 2일(현지시간)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이 외무상과의 양자회담에서 “중국과 조선(북한)의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ㆍ통합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정책”이라며 “가능한 빨리 양국 정상 간 중요한 합의를 이행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0년 동안 중·조 쌍방은 국제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시종 비바람을 맞으며 같은 배를 탔다”며 “양국 외교 관계 수립 70주년을 기념해 우호적인 교류와 실용적 협력을 촉진하고, 국제 무대에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2~4일 방북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왕 부장이 언급한 ‘중요한 합의’는 지난 6월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이뤄진 합의로 관측된다. 당시 합의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곡물 지원·관광 교류와 같은 경제 지원이 있을 수 있고, 북·중 군사합의 등 체제 안전보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중은 앞서 지난달 16일 북한 군 서열 1위인 김수길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먀오화(苗華) 중국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과 고위급 군사회담을 진행했다.

 특히 북ㆍ미 간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 외무상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피하면서 왕 부장과는 만나는 모양새가 됐다. 이 외무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을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비난한데 이어, 9월 중순 유엔총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대화에 기대가 사라지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는 압박을, 중국과는 밀월 관계를 강조한 행보로 북ㆍ미 협상이 결렬됐을 때를 대비한 ‘구원 투수’가 중국 임을 국제 사회에 보여주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무상은 중국의 ‘민감 사항’인 홍콩 사태도 거론했다. 이 외무상은 “‘하나의 중국’을 지키는 중국 당과 정부를 단호히 지지하며, 홍콩에 대해 외부 세력이 방해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해 중국편 임을 분명히 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놓고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국방장관 등이 일제히 "실망"이라며 한·미 관계에서 균열이 노출된 반면 북·중은 홍콩 시위 사태를 놓고서까지 '같은 배' 임을 강조한 셈이다.

 이번 왕 부장 방북은 ‘9말 10초’ 김 위원장의 방중 준비 차원이란 말도 나온다. 다음달 1일에는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있고, 6일에는 북ㆍ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이 다가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 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길’의 시한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방중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압박성 메시지라고 봐야한다”며 “김 위원장의 방중이 중국 건국 기념식에 맞춰 이뤄지고 북ㆍ중ㆍ러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이는 한ㆍ미ㆍ일을 향한 동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 자문위원은 "중국과의 관계를 다진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곧 나선다는 의미도 된다"고 말했다.

 북ㆍ중 밀착으로 미국이 주력하고 있는 제재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에 따르더라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5월까지 북한에 정제유 5730t를 제공했다고 신고했다. 1월 478t에서 5월 1536t으로 가파르게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엔 연간 1만 9200t을 수출한 것으로 나온다. 대북제재 2397호는 북한이 수입하는 정제유를 연간 50만 배럴(약 6만t)로 제한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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