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어떻게 믿나” 성토 쏟아진 서초구 ‘분양가 상한제’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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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서초구가 개최한 '분양가 상한제 토론회'에 550여 명의 주민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서영지 기자

29일 서울 서초구가 개최한 '분양가 상한제 토론회'에 550여 명의 주민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서영지 기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분양가가 시세의 반값인 10억원으로 제한된다고 하는데 인근 아파트는 20억원이다. 결국 10억원짜리가 주변 시세(20억원)로 올라갈 것이다. ‘로또 분양’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도대체 분양가 상한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홍석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발전위원회 주민)

“관리처분 인가 이후 조합원이 15%씩 기부채납한 것만 1000억원이 된다. 정부 허락이 나서 세금도 많이 내고 과정을 충분히 겪어 추진하겠다는 건데 민간사업에 정부가 이 정도까지 개입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박혜영 신반포3차 경남아파트 조합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추진 중인 가운데 29일 서울 서초구가 개최한 전문가·주민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가 지난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안’을 발표한 이후 서울에서 열린 첫 번째 공개 토론회였다. 서초구에는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 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만 14곳에 이를 만큼 충격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토론회엔 550여 명의 주민이 참석해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토론회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분양가 상한제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심 교수는 “규제로 인한 공급 감소가 발생해 향후 부동산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를 반대하며 “분양가 상한제는 가격 자체를 국가 권력이 통제하려는 것이고, 가격 구조를 왜곡시켜 다수의 부담을 증가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점이 많기 때문에 아직 제도 확정 전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책 추진을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성과를 자신할 수 없다는 지적도 했다. 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를 떨어뜨려 주변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게 핵심 목적이다. 그런데 정책에 자신이 있다면 전매 제한을 10년간 할 이유 무엇이냐”며 “결국은 성과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책 추진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모순이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분양가 상한제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그는 “합리적인 분양가 책정으로 주택 가격을 낮춰 소득보다 과도한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건축비를 공공 심사하는 게 반드시 조합원에게 나쁜 건 아니라고도 말했다. 그는 “여태까진 시행사가 어떻게 비용을 책정하고 쓰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주택가와 토지가격을 공공이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상한제가 조합원에게 그렇게 해가 되는 제도는 아니다”라며 “출생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로또 아파트일 것이냐를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이날 토론에서 제시된 의견과 토론 결과를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초구에서는 2만 가구 이상의 주민이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분양가 심사를 할 때 서초구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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